40% 달했던 중국 매출 비중 6% 급감할 때
북미·유럽 21→39%, 신흥국 등 27→45%
지역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안정적 실적 지속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이 지역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까지 상향 조정됐다. 최대 수출시장이던 중국의 계속된 부진에도 북미와 유럽, 신흥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매출을 끌어올린 덕에 외형 성장과 함께 이익창출력 개선까지 이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올해 1~9월 매출은 각각 3조6780억원, 2조97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11.1% 늘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향상됐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4043억원, HD현대건설기계의 영업이익은 230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1.9%, 57.3% 뛰었다.
건설기계 업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주요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면서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 다만 올해 들어 시장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HD현대 건설기계 2사가 우상향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매출 대비 영업이익 상승세가 두드러졌는데 무엇보다 다변화된 지역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지역별 수요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높았던 중국 의존도를 해소한 영향이 컸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주력하는 최대 건설기계 시장이었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봉쇄정책 등으로 건설기계 판매량이 연 40% 이상 감소할 정도로 수요가 급감하는 추세다. 이에 양사는 북미와 유럽, 신흥국 등을 공략하며 중국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실제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의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2020년 40%에 달했던 중국이 2023년 3분기 누계 6%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유럽은 21%에서 39%로, 신흥국 및 기타는 27%에서 45%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사업 안정성 제고로 이어졌고 신용등급 향상으로도 연결됐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0(안정적)’로 각각 변경했다.
양 기관은 양호한 시장지위와 다변화된 매출처를 바탕으로 사업 기반이 확대되고 사업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그룹 내 건설기계 사업이 시너지 효과와 현금창출능력 개선 등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HD현대인프라코어는 HD현대가 인수한 지 2년 3개월 만에 신용등급이 ‘BBB’에서 ‘A0’로 3단계 올랐는데 기업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2025년까지 글로벌 건설기계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계획돼 있는 북미와 유럽, 중동, 인도 등을 중심으로는 꾸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대형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HD현대 건설기계 2사의 실적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사가 기존 중대형 위주의 제품에서 나아가 최근 소형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규모 감소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10t급 중소형 불도저를 출시했고 후속 모델인 13t급도 최근 시장에 공개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 건설기계 2사의 실적 전망과 관련해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전반적인 건설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그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은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북미 인프라 투자에 기반한 견조한 수요와 석탄 등 광물 채굴 수요, 중동 지역의 메가 프로젝트가 수요 기반을 지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