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단초 제공
'8000억' 지원 이후 순차입금 감소 추세
우호적 영업환경에 실적 반등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신용등급 상향에 힘입어 자본시장 접근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대한항공의 재무적 완충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불확실성도 보완할 것으로 진단한다. 대한항공에 재무구조 개선의 단초를 제공했던 KDB산업은행의 역할도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대 2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하루 앞두고 있다. 이번에 장기신용등급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되면서 8년 만에 A급에 진입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대한항공 신용도와 통합해 평가 받는 만큼 이번에 함께 등급 상향에 성공했다.
BBB급에서 탈출한 대한항공은 신용 스프레드를 좁혀 발행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국내에서 BBB급은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으로 인식돼 민평 금리가 치솟아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시가평가 정보에 따르면 10월31일 기준 A-와 BBB+의 3년물 공모 회사채 금리 격차는 260bp(1bp=0.01%포인트) 이상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의 불확실성을 안고 신용도를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현재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매듭짓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인수가 성사된다 해도 운수권과 슬롯 반납,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처분 등에 따라 양사 합병에 따른 실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열위한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재무지표도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올 6월 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98%, 대한항공은 197%를 기록 중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진행한 자본확충과 영업실적 개선 덕분에 양사 통합 비용 등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서 산업은행의 기여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11월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해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은행은 딜 종결에 앞서 투자금을 집행했으며 5000억원은 한진칼의 보통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산업은행 덕분에 유동성을 채운 한진칼은 이듬해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8637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초과 청약,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기대감을 앞세워 유상증자에 흥행하면서 총 3조3160억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했다. 여기에 자산효율화 등에 힘입어 2020년 말 연결기준 13조7304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이듬해 8조4041억원으로 39%가량 줄였다.
팬데믹 시기 화물사업의 호황, 엔데믹 이후 여객사업 회복 덕분에 경영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된 점도 신용도 상향의 요인이 됐다.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6조6287억원까지 낮아졌다. 2021년과 2022년 연결 당기순이익은 각각 5788억원, 1조7295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6110억원을 나타내며 실적 호조를 이어간 덕분이다.
시장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증자 참여 덕분에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 상황"이라며 "아시아나 인수 여부에 따라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현 시점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