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1만1646건…지난해 규모 상회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올해 국내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유형의 거래로 보고된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불거진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거액 코인 보유 논란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거래소가 고객확인 의무를 강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가상자산사업자의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는 모두 1만164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분기까지 STR 건수가 이미 작년 연간(1만797건)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고객의 금융거래가 불법재산이나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와 연루됐다고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FIU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본격 도입돼 그해에는 199건 보고에 그쳤지만 이듬해 1만건을 넘은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FIU는 특금법 제10조에 따라 STR을 심사·분석한 뒤 특정 형사사건의 수사 등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법집행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STR 건수가 늘어난 것은 전반적인 제도 안착 요인 외에도 지난 5월 발생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은 거래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위믹스 코인 수십억원어치가 빗썸으로부터 전송되자 업비트가 이를 이상거래라고 판단, FIU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치권은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전수조사에 합의했고,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부터 90일간 국회의원 전원의 코인 보유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 위험이 큰 고객에 대해서는 거래자금의 출처, 목적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강화된 고객확인 의무를 갖고 있다.
특히 고객확인을 한 사항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신뢰할만한 문서 등을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특금법령은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한 방법 등을 거래소 등이 업무지침에 반영해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상거래감시시스템(FDS)을 개발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이를 통해 FIU로부터 올해 상반기 의심거래보고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빗썸은 특금법에 따른 자금출처 의심 거래와 관련해 ‘자금세탁방지 업무규정’ 내규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빗썸은 자금세탁 행위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고객에 대해 간소화된 고객확인 절차를 적용하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사항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의 국민 등에 대해서는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코빗의 ‘자금세탁방지 업무매뉴얼’은 전담부서를 통해 고객확인 정보 모니터링을 실시하되, 고객확인 및 검증이 충분히 수행되지 않았을 경우 해당 고객에 대한 거래를 거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코인원은 자금세탁방지(AML) 전담부서에서 고객 거래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함께 고객·사업·위험평가·자금출처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검토한 뒤 부적정건으로 판단될 경우 자금 출처 소명 등 추가 고객 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래소마다 자금세탁방지 고객확인이나 STR 관련 기준이 다른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 사례처럼 특정 거래소는 이상거래라고 판단하지만, 다른 거래소는 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공통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원화 거래소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현재 자금세탁방지 분과를 설치하고, 업권 공통 STR룰 유형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