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은 회장, 국감서 언급
대한항공 합병 좌우할 30일 아시아나 이사회
HMM '주주 간 협약' 촉각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기업구조조정 부문 포트폴리오 기업 HMM과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온도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인수적격후보가 실사 중인 HMM에 대해 유찰 가능성을 언급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 합병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시장에서 두 회사 매각을 바라보는 시선은 강 회장과 엇갈리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과 아시아나항공의 전일 종가는 각각 1만4460원, 9410원을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과 비교하면 HMM 주가는 약 4% 오르고 아시아나항공은 2%가량 하락했다. 특히 이날 아시아나항공은 장중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며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의 기조를 아시아나항공의 악재로 여기는 모습이다. 24일 강 회장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한 질문에 수차례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합병 무산에 따른 예상 피해 관련한 질문에 강 회장은 “기존에 투입한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한항공은 해외경쟁당국 가운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승인 받지 못한 상태다. 유럽과 미국에서 승인 받기 위해 주요 도시 여객 노선 슬롯 반납, 화물사업부 매각 방안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물론 이달 30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 안건이 통과돼야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객 노선을 반납하고 화물운송까지 떼어낼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외형 축소와 수익성 저하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반대해서 합병을 좌초시킬 경우 공적자금 상환 등 셈법은 복잡해진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공적 지원금이 흘러가는 구조를 설계했다. 따라서 양사 합병이 불발되면 산업은행은 거래 구조의 적합성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가운데 강 회장이 양사 합병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은 아시아나항공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반면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주요 매물인 HMM과 관련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HMM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현재 인수후보자의 역량을 언급한 게 아닌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부연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HMM 유찰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동안 산업은행이 연내 HMM 매각 의지를 꾸준히 드러냈던 것과도 상반된 행보다. 강 회장이 HMM 무리한 매각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은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됐다. 자산 규모 측면에서 원매자들을 향한 시장 평가는 미온적인 상태였다.
현재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 인수 실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HMM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2조5426억원이다. 매각 대상 지분(보통주 전환된 영구채 포함)의 시장 가치는 5조700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원매자 3곳의 재무적 역량을 고려했을 때 자체적으로 인수 대금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회장은 HMM의 주요 주주로 남을 가능성 역시 내비쳤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MM 유동성 자산을 언급한 질문에 그는 "HMM 인수자가 현금 등을 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라며 "최종 (주식매매)계약 이후 주주 간 협약 방식으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달 산업은행 측은 1조원 규모 영구채 전환 작업을 진행했으나 아직 미상환 잔여 물량 1조6800억원을 보유 중이다. 이는 거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산업은행 측이 HMM 매각 이후에도 영향력을 지속할 명분은 있다.
산업은행은 내달 HMM 본입찰을 진행한 이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인수자의 자금조달 계획, 해운업 지속발전 방안 등을 두루 평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