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괴물신인’, ‘초통령’ 등의 별명을 가진 걸그룹 아이브(IVE : 안유진.가을.레이.장원영.리즈.이서)가 지난 7~8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첫 번째 월드 투어의 서막을 열고, 19개국 27개 도시를 돌며 글로벌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 7~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이브 첫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IVE THE 1ST WORLD TOUR ‘SHOW WHAT I HAVE’)는 아이브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오프닝곡을 ‘I AM(아이엠)’으로 하고, 엔딩곡으로 ‘After LIKE’(애프터 라이크)로 정한 것부터가 ‘자기애’ 스토리텔링을 추구해온 아이브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들 두 노래는 중독성이 강해, 저절로 흥얼거림과 덩실거림이 동반됨으로써 공식팬클럽인 다이브뿐만 아니라 아이브를 모르는 사람도 바로 감정이입할 수 있는 곡들이다. 물론 강력한 떼창을 가능케 하는 파격의 나르시시즘 ‘LOVE DIVE’(러브 다이브)도 종반에 배치해, 아이브의 차별성을 강화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앨범인 첫 미니앨범 ‘아이브 마인’(I’VE MINE)의 선공개곡 ‘이더 웨이’(Either Way)와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무대를 배치했다. 두 곡은 기존 히트곡과는 다소 다른 결이었다. 이들 두 곡과 아직 음원이 공개되지 않은 ‘배디’(Baddie)가 신보의 트리플 타이틀곡을 형성한다.
아이브의 스토리텔링의 축을 잡고 있는 서지음이 작사에 참가한 ‘오프 더 레코드’는 경쾌란 리듬에 감미로운 보컬로 서정성을 배가시키는 뮤지컬 영화 같은 곡이다.
선우정아가 작사에 참여한 ‘이더 웨이’는 몽환적이면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는 13일 공개될 빅나티가 가사를 쓴 ‘배디’는 강렬한 트랩 비트의 파워풀한 랩이 동반된다.
데뷔곡 ‘일레븐’(Eleven)과 강렬한 떼창의 히트곡 ‘Kitsch(키치)’를 앞부분과 뒤부분에 각각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장원영이 작사한 팬송 ‘샤인 위드 미’(Shine With Me)를 부를 때는 공중그네를 타고 천사 또는 여신으로 나타났고, ‘마인’(Mine)은 하늘빛 우산을 활용해 뮤지컬 느낌이 나게 했다.
이번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가 3개의 유닛이었다. 가을과 레이는 ‘7 링스’, ‘머리어깨무릎발’, ‘러쉬 아워’를 불러 걸리쉬하고 힙합적 느낌과 함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유닛 무대중 하이라이크는 장원영과 리즈가 부른 1980년 영화 라붐의 주제곡인 ‘리얼리티’(Reality)였다. 두 사람은 리차드 샌더슨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했지만, 순간적으로 청순한 소피 마르소가 떠올랐다. ‘나는 현실 대신 꿈속에서 살아가요/꿈이야말로 단 하나의 진실된 환상이죠’라고 말하는 가사가 월드투어때도 힘을 발휘할 듯 했다. 이어 안유진과 이서가 ‘우먼 라이크 미’(Woman Like Me)를 부를 때는 래퍼인 영지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아이브는 강력한 캐릭터를 추구하는 블랙핑크와, 몽글몽글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뉴진스 스타일의 중간 지점 정도에 있다. K팝 걸그룹중 정통파 스타일이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쌓아가는 그룹이다. 이런 팀이 탄력을 받으면 만만치 않은 시너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들을 아이브의 이번 월드투어에서 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