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 커지면서 급증
키우는 사람의 책임있는 자세 필요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리버쿠터는 미국 중부와 동부에서 자생하는 반수생거북이다. 생김새가 붉은귀거북과 닮아 귀여운데다 어릴 때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해서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동물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이 거북이가 최근 서울 도심에 있는 중랑천에 다수 출현해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버쿠터는 한 달동안 먹지 않아도 죽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지난 2020년 12월에는 우리 생태계를 마비시키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일명 '외래종'들이 우리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다. 외래종은 인간에 의해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유입돼 자연적인 범위를 넘어 분포하게 되는 생물이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리 생태계 유입도 급증하고 있다.
24일 한국환경생태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한국의 서울 도심에 위치한 중랑천의 외래거북 현황'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10월 서울 도심 하천 6곳에서 발견된 외래 거북은 총 7종, 102마리나 됐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리버쿠터가 74마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줄무늬목거북 11마리, 붉은귀거북 6마리, 노란배거북 4마리, 플로리다붉은배거북 4마리, 쿰버랜드거북 2마리, 동부비단거북 1마리 등의 순이었다. 토종 거북인 자라도 52마리나 발견됐다. 연구 기간 발견된 거북 가운데 3분의 2가 외래종인 셈이다.
외래 거북의 발견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발견된 외래 거북 7종 중 동부비단거북을 제외한 6종이 생태계 교란종이기 때문이다. 외래종은 먹이와 서식지를 두고 토종 생물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거북이 중에는 중국줄무늬목거북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남생이와 교잡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북이 뿐 아니라 국내에 들어온 외래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의 ‘생태계교란생물 현장관리 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온 외래종은 지난 2009년 894종에서 2021년 2653종으로, 연평균 16%씩 증가해 왔다. 이중 우리 생태계에 정착했다고 판단되는 종은 707종(비중 26.6%)에 이른다.
최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열대불개미는 유의주의종이 된지 1년 만에 교란종이 됐다. 열대불개미는 큰 턱과 독침을 가져 농작물 피해는 물론, 쏘임 사고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환경부는 외래종이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가장 높은 등급(1∼3등급 중 1등급)을 받은 유입주의 생물로 지정하며, 외래생물 가운데 적극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생물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한다.
생태계교란종과 유입주의종은 원칙적으로 수입·반입·사육·재배·방사·이식·양도·양수·보관·운반·유통 등이 안 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처럼 외래종, 특히 우리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 교란종이 급증한 것은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가간 동물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키울 수 없게 되거나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자연으로 방생하면서 우리 생태계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정숙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대표는 "최근 3년간 모니터링 결과 외래거북이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는 늑대거북도 포획됐다"며 "외래거북 증가를 막으려면 사육하는 사람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