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 파운드리가 글로벌 1위인 TSMC와 격차를 좁히며, 맹추격 속도를 올리고 있다. 최근 공장 준공 일정에 차질이 생긴 TSMC와 달리 삼성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기반도 갖추게 됐다.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지난 1분기 50.3%포인트에서 2분기 44.7%포인트로 좁혀졌다. 올해 2분기 삼성 파운드리 매출은 전 분기보다 17.3% 증가한 32억3400만달러(약 4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1분기 9.9%에서 2분기 11.7%로 1.8%포인트 상승했다.
1위인 TSMC의 2분기 매출은 156억56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6.4% 줄었다.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6.4%로, 전 분기보다 3.8%포인트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TSMC에 대해 “7, 6나노(㎚·10억분의 1m) 제조 공정의 수익 흐름은 순조로웠지만 5, 4나노 공정 부문에서는 위축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의 선단 공정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4나노 2세대 제품은 안정적인 수율을 기반으로 양산 중이며, 3세대 제품의 4분기 양산 목표 달성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 회복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은 테일러 공장의 4나노 공정 고객사로 미국 인공지능(AI) 솔루션 혁신기업 ‘그로크(Groq)’를 유치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요가 폭증하는 AI 가속기 시장에 대한 글로벌 파트너십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내 고객사 확보를 위한 파운드리 공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날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역시 서울대 강연을 통해 “(삼성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부지가) 작년 7월에는 허허벌판이었는데 공장 건물이 많이 완공됐다”며 “내년 말에는 이 공장에서 4나노(㎚·10억분의 1m)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경쟁사가 우리보다 먼저 (공장 건설을) 시작했는데 최근에 연기를 발표했다”며 “우리 직원들은 삼성 오스틴(공장)에서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홈 경기’를 하고 있고, 경쟁사는 ‘어웨이 경기’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마음에 와닿았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 직원들의 스피릿을 느꼈다”며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치켜세웠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1000조원 기업가치’의 회사로 거듭나려면 파운드리 사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삼성이 구현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제대로 하고, 1년 잘하는 게 아니라 계속 잘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중국 내 메모리 사업 역시 탄력을 받으며 삼성 반도체 실적의 회복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이를 1년 유예해 별도 허가를 받지 않도록 했다. 유예 시한이 다가오면서 한미 양국은 면제 연장을 두고 협의 중이며, 당분간 유예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지원금 관련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내 패키징 공장 부지를 현재 물색 중이다. 부지가 확보되면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공장 관련 보조금을 미국 정부에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