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많이 울었어요” 눈물샘 터진 간호사들, 사연 듣고 보니
고대구로병원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김재연 간호사가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유튜브 고대병원 캡쳐]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퇴근을 하고도 (환자 사망 후) 감정이 지속돼 집에서 울었어요.”

고대안암병원 4년차인 유현겸 간호사. 그는 여전히 환자가 처음으로 죽었던 순간을 잊지 못 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을 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죽음을 목도한 유 간호사도 당연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간호사들은 죽음 앞에 초연한 ‘척’ 해야 한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에게 간호사 등 의료인의 존재는 그야말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앞에서 내색할 수 없고, 괴로워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환자와의 이별을 꼽는다.

“퇴근 후에도 많이 울었어요” 눈물샘 터진 간호사들, 사연 듣고 보니
고대안산병원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이주희 간호사가 인터뷰 하고 있다. [유튜브 고대병원 캡쳐]

잔상도 꽤 오래 남는다. 누구나 사회초년생일 때가 있다. 간호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후 현장에 투입된다. 사회에 갓 나온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자신을 독려해주는 환자의 죽음과 환자 보호자들에게 안타까운 사실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 매번 난감하다.

“죽음을 처음 경험했어서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고대구로병원 14년차 김재연 간호사)

“진짜 나는 열심히 했는데 환자 분이 좋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가족 분들이 실망했을 때는 마지막을 정리하는 순간이 힘들어요.” (고대안산병원에서 7년차 이주희 간호사)

“퇴근 후에도 많이 울었어요” 눈물샘 터진 간호사들, 사연 듣고 보니
고대구로병원 8년째 일하고 있는 정윤소 간호사가 인터뷰 하고 있다. [유튜브 고대병원 캡쳐]

물론 슬픔만 전부는 아니다. 기쁨과 즐거움도 환자로부터 나온다. 간호사로 어느 연차가 쌓이다 보면 환자들의 마지막을 직감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예상이 틀렸을 때 느껴지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간호사들은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을 거 같은 환자들이 기적처럼 일어나셔서 걸어가실 때가 있어요.” (고대구로병원 8년차 정윤소 간호사)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도 감사하다고 얘기해주시면 이 직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대안산병원 4년차 임동균 간호사)

“퇴근 후에도 많이 울었어요” 눈물샘 터진 간호사들, 사연 듣고 보니
고대안암병원 18년째 일하고 있는 김태윤 간호사 인터뷰 하고 있다. [유튜브 고대병원 캡쳐]

간호사들도 사람이고, 한 가정의 아들, 딸들이다. 갑작스런 ‘소중한 사람과 통화 요청’에 간호사들의 눈시울은 이내 붉어졌고, 통화 연결음이 나오자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최근 간호사들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낮은 처우 등이 회자되고 있다. 면허를 가지고도 ‘탈임상’ 하는 간호사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을 보람으로 느끼며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18년차 김태윤 간호사는 오늘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터에 나선다.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는 (간호사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환자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철학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