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혼자 타도 무섭지만 낯선 사람이랑 같이 타면 그게 더 무서워요.”
여성 박모(39) 씨는 요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땐 꼭 비상벨 앞에 선다. 최근 엘리베이터 내 각종 폭행 사건이 연이어 터진 탓이다.
그는 “혹시나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비상벨을 누르려고 하는데 만약 진짜 사건이 벌어지면 그럴 정신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엘리베이터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엘리베이터 안전에 각종 신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건 바로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을 적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간단히 말해 비상벨 등을 누르지 않아도 “사람살려” “도와주세요” 등의 소리를 치기만 해도 이를 음성인식, AI가 분석해 바로 경찰이나 경비원에 신고해주는 시스템이다.
즉, 위급할 땐 구조해 달라고 외치기만 해도 되는 셈이다. 가장 신속하게 신고·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승강기안전공단(KoELSA)과 AI음성기술기업 셀바스AI가 지하철이나 터미널 등 공공장소 엘리베이터에서 시범 서비스 중이다. 이를 거쳐 향후 민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개발, 시범 서비스 중인 스마트관제 플랫폼엔 셀바스AI의 음성인식기술이 적용돼 있다. 엘리베이터 내에 폭행 사고 등이 발생할 때 “사람살려” “도와주세요” 등 위험을 호소하는 특정 음성 키워드를 인식,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게 된다.
이를 감지하면 건물관리자나 통합관제센터, 관공서 등에 자동으로 상황을 전파하고 출동·구조활동이 이뤄진다.
현재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스마트관제 플랫폼은 대구교통공사 지하철역사와 부산시설공단이 운영하는 터미널 등 23개 기관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셀바스AI에 따르면, 현재 음성인식으로 적용되는 키워드는 ‘사람 살려’인데 필요에 따라 이는 변경·확대할 수 있다.
셀바스AI 관계자는 “시범 운영해보니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사람 살려’이기 때문에 현재 서비스엔 이 키워드만 적용된 상태”라며 “그 외에도 ‘여기 사람 있어요’ ‘도와주세요’ 등 향후 서비스가 확대되면 그에 맞춰 얼마든지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범 사업을 거쳐 향후엔 기존 엘리베이터에도 이 같은 음성인식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다. 비용은 미정으로,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베이터 내 폭행만 문제가 아니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엘리베이터 고장은 총 2만3796건 발생했다. 이 중 50%가 운행 중 엘리베이터가 정지된 고장 사고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음성인식을 적용하면 한층 신속하게 고장 신고를 접수할 수 있다.
셀바스AI 윤재선 음성인식사업 대표는 “안전, 구조활동 등에 음성인식기술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며 “엘리베이터 외에도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관제 시스템에 음성인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