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독일의 천재 문학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그는 지난 1774년 단 6주 만에 완성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전 유럽에서 명성을 얻은 것도 잠시. 이후로 작가로서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바이마르 공국에서 10년 간 고문관으로 일하며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지만, 작가로서의 헛헛함은 채우지 못했다.
괴테가 작가로서 슬럼프였던 시기에 선택한 것은 이탈리아로의 긴 여행. ‘이탈리아 기행(민음사)’는 그가 작가로서 침체기였던 시기에 나섰던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자연과 유적, 예술을 보며 예술가로서 창작열을 다시 불태웠다. 덕분에 그는 여행 중에 ‘타소’와 ‘에그몬트’를 완성시켰고,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를 다시 썼다. 일생의 대작이자 세계 문학 사상 최대 걸작인 ‘파우스트’도 이곳에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 책에는 시인이자 비평가, 화가, 정치가, 교육가, 과학자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의 겉모습과 달리 소박하고 정이 많았던 괴테의 인간적인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다른 사교성과 친화력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모습은 물론,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태도 등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지금은 보편적인 장르가 된 여행 에세이의 ‘고전’이라고 우러를 만 하다.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을 한 것은 그가 한참 혈기왕성했던 30대 시절이다. 하지만 이 책이 실제 출간된 건 60대 노년이 되서다. 그의 이탈리아 여행 경험이 세월이 지나며 생겨난 사유와 통찰이 더해지면서 더욱 깊어졌다. 당초 이 책의 국내 초역본은 지난 2004년에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 괴테학회를 창설했던 고(故) 박찬기 교수가 쓴 초역본을 기초로 이수은 작가가 꼼꼼히 다시 읽어 900개의 상세한 주석과 해설을 덧붙여 재출간됐다.
이 작가는 “주석을 덧대는 시간은 위대한 작가였던 괴테를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동하는 인간으로 재발견하고 깊이 사귀어 보는 기회였”며 “괴테를 새롭게 알아가며 다시 읽는다면 보다 풍요로운 시선으로 음미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