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주 울프랜치 3D프린트 주택 내부 공개

편집자주

지구촌 이색적인 장소와 물건의 디자인을 랜 선을 따라 한 바퀴 휙 둘러봅니다. 스폿잇(Spot it)은 같은 그림을 빨리 찾으면 이기는 카드 놀이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미국 텍사스주(州) 조지타운 인근 지역에 들어선 3D프린트 주택(왼쪽)과 그 내부. 주요 가구까지 모두 3D프린트로 쌓아올렸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ICON]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집은 짓는 게 아니고 출력하는 겁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건축을 주름 잡아 온 콘크리트 건축사(史)에 한 획을 긋는 ‘3D프린트 건축’이 독일, 미국, 멕시코, 캐나다, 아랍에미레이트(UAE), 인도, 프랑스 등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부실 시공 없이 공사기간이 빠르고, 인력 투입이 적어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미적으로도 손색 없고, 온실가스 감축까지 종전 콘크리트 건축과 비교해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 텍사스주(州) 조지타운 인근 지역에선 세계 최대 규모 3D프린트 타운하우스가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다고 미국 CNN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미국 텍사스주(州) 조지타운 인근 지역에 들어선 3D프린트 주택. [ICON]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조지타운 ‘울프랜치(Wolf Ranch)’ 개발 구역 안에선 3D프린트 주택이 한 두 채도 아닌 100채 규모로 조성 중이다. 이 마을은 전부 3D프린트 집들로만 이뤄져 있다.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주도 오스틴에서 북쪽으로 30마일(48㎞) 달리면 닿는 곳에 위치한다.

텍사스 건설회사 ICON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업체 레나(Lennar), 덴마크의 유명 건축가 바르케 잉겔의 바르케잉겔그룹(BIG)이 협력해 추진했다.

본격적인 입주에 앞서 지난달 23일 주택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완공한 주택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공개된 3D프린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 [ICON]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공개된 3D프린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 [ICON]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공개된 3D프린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 [ICON]

ICON이 공개한 사진과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3D 프린트 주택 내부는 전체적으로 흰색 벽면이 눈에 띈다. 3D프린트 건축 특유의 결이 벽체 뿐 아니라, 문, 욕조, 아일랜드 식탁, 옷장 등 가구로까지 이어진다.

ICON은 대형 로봇 프린터를 이용해 라바크리트(Lavacrete·시멘트와 골재, 물, 용암석 등을 혼합하는 콘크리트의 한 종류) 재료를 마치 제빵사가 케이크에 크림을 두르 듯 짜내서 한줄씩 쌓아 올렸다. 한줄 흐트러짐 없이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곡선 마감으로 벽체 등 건물 구조 뿐 아니라 주방 가구, 장식장까지 출력해냈다.

문과 창문, 지붕 등에는 태양광패널이 달렸다. 지붕은 내열성, 내화성 금속으로 얹었다.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견본주택 내부로 들어가면 외벽, 내벽, 현관문까지 모두 3D프린트 특유의 결 무늬가 눈에 띈다. 이 무늬는 3D프린트 기기로 재료를 한줄 한줄씩 쌓아 올린 흔적이다. [Lil Walks 유튜브채널 갈무리]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견본주택 내부 침실 모습. [Lil Walks 유튜브채널 갈무리]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견본주택 내부 욕실 모습. [Lil Walks 유튜브채널 갈무리]

가구 당 면적은 139~195㎡, 단층 높이에 침실 3~4개가 딸려 있다.

가격은 면적에 따라 47만 5000달러(6억 1700만원)부터 59만 9000달러(7억 7800만원)까지다. 텍사스주의 올해 2분기 주택 중위 가격이 34만 5000달러(4억 5000만원)인 점에 미뤄 아주 저렴해보이진 않는다. 그런데도 ICON 사이트에 따르면 구매할 수 있는 집은 몇 채 남아 있지 않았다.

카라 콜킨스 ICON 대변인은 “전체 타운하우스 벽체의 3분의 1가량이 프린팅을 마쳤고, 유닛(가구) 중 일부는 이미 판매됐다”고 말했다.

“마을 개발사(史)에 분수령이 도래했다”

제이슨 발라드 ICON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에 울프랜치 3D프린트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마을 개발사(史)에 분수령이 왔다”고 표현했다.

3D프린터가 그만큼 혁신적이란 얘기다. 가장 큰 장점은 인력이 많이 들지 않고, 공사 기간 역시 짧다는 점이다. 3D프린터 기기만 있으면 설계도 대로 정확하게 출력하므로 인적 오류가 적다. 고품질의 주택을 종전의 주택 건설 보다 빠르고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사회 약자를 위한 사회주택, 이재민을 위한 임시거처 등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자재 공급이 원활치 않던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신규 주택 부족이 약 500만 가구에 이르러 신기술 도입을 서두르는 환경이 무르익었다.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ICON 3D프린터 기기. [ICON]

발라드 CEO는 “(부동산 시장에는)품질이나 아름다움, 지속가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신속하게 주택 공급을 늘려야하는 엄청난 니즈가 있다”고 설명했다.

3D프린트 건축은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과 건설폐기물을 줄여줘 종전 콘크리트 건물 보다 친환경적으로 여겨진다. 보통의 콘크리트 건물을 지으려면 액체 상태인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굳히기 위해 거푸집(틀), 비계(사람이 이동하는 임시통로) 등 가설 공사를 필요로 한다. 가설 공사에 쓰인 건자재는 산업폐기물이 된다. 3D프린터는 가설 공사 없이도 재료를 정확히 켜켜이 쌓아 올린다.

[영상] “‘순살아파트’ 비켜!”…세계 최대 美 3D프린트 타운하우스 입주한다는데 [한지숙의 스폿잇]
미국 텍사스주 조지타운 인근 지역에 세계 최대인 100채로 이뤄지는 3D프린트 마을을 소개하는 뉴스 영상. [폭스뉴스 유튜브채널 갈무리]

싱가포르 한 연구기관이 2020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3D프린트 건축은 종전 콘크리트 건축과 비교해 비용면에서 25.4% 더 저렴하고, 온실가스는 86% 덜 배출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3D프린트 건축 역시 다량의 콘크리트를 필요로 하며 구조적 안전과 안정성이 아직 널리 인정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고 CNN은 전했다.

발라드 CEO는 “3D 프린팅은 공상과학이 아니다”며 “공상과학에서 현실로 문턱을 지났으며, 우리는 미래에 3D프린트가 최고의 가치와 이상에 부합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인류 최고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3D 프린트 건축 성지 노리는 UAE…모스크도 3D프린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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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두바이에 2025년 1분기에 들어서는 세계 최초 3D프린트 모스크 이미지. [UAE 이슬람문제자선활동부]

UAE도 3D프린트 건축 도입에 적극적이다. UAE는 이미 2018년에 2030년까지 UAE 신규 건축의 25%를 3D프린트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내용의 ‘3D프린트 전략’을 발표했다.

높이 9.5m, 면적 640㎡의 두바이 3D프린트 시청사는 세계 최대 3D프린트 구조물이란 기록을 2019년까지 보유하고 있었고, 세계 최초 3D프린트 오피스, 3D프린트 드론 연구소 등도 두바이에 있다.

세계 최초로 3D 프린트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 건립도 추진 중이다. 2층 높이, 면적 2000㎡에 동시에 예배자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2025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올해 연말에 착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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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두바이에 2025년 1분기에 들어서는 세계 최초 3D프린트 모스크 이미지. [UAE 이슬람문제자선활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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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두바이에 2025년 1분기에 들어서는 세계 최초 3D프린트 모스크 이미지. [UAE 이슬람문제자선활동부]

두바이 이슬람문제자선활동부의 알할리언 알수와이디는 모스크 건립을 위해 3D프린트 기술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3D프린트는 전통적인 건축법 보다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선 2021년에 2층 높이의 벽난로까지 3D프린트로 처리한 단독주택이 첫 선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 요르단 난민 주택,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노숙자용 주택이 3D프린트 방식으로 지어졌고, 멕시코 타바스코에선 3D프린트 빈민 주택 건립 프로젝트가 3D프린트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과대학의 테오 살레트 건축환경학과 교수는 “앞으로 수십년 간 엄청난 양의 건설 프로젝트가 수행되어야한다”며 “숙련된 건설 노동자 부족,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 등의 면에서 디지털 설계와 건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