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이상민 이태원 책임
“조치 미흡 인정...탄핵사유 아냐”
헌정 이래 총 4건의 탄핵심판에서 대규모 재난에 대한 책임이 탄핵사유로 다뤄진 경우는 2건이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건에서 조치·대응이 미흡하더라도 직을 박탈할 수 없다고 일관된 결론을 냈다.
헌재는 지난 25일 이 장관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통해 “피청구인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탄핵안을 기각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으로서 “사회 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는 ▷국가기관 대응역량 부족 ▷주최자 없는 축제 관리 매뉴얼 부재 ▷재난상황 시 행동요령 등 홍보·교육·안내 부재 등이 총체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이 장관에게 책임을 돌리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으로 “사후대응은 총괄·조정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으며,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으나 “헌법상 기본권보호의무와 재난안전법상 개별적·구체적인 의무 위반에 이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세월호 참사 책임 부분은 탄핵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 이 장관은 행정안전부 장으로 직책이 다르고 구체적 탄핵 사유는 달랐지만 결국 헌재가 내린 결론은 같았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조치에 미흡하고 부적절한 면이 있었다고 해 곧바로 피청구인이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또다른 탄핵 사유 중 하나였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에 대해서도 헌재는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성실이란 개념이 상대적·추상적인 만큼 탄핵소추로 삼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