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론 보다 협력에 방점

G7,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 강조

키신저 “이러다 3차대전…中과 공존 배워야”
헨리 키신저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외교계 원로인 헨리 키신저 박사가 미중 갈등이 현재의 현재의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3차 세계 대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공존을 촉구했다.

키신는 박사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현재처럼 진행될 경우 3차 세계대전이 5∼10년 내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존을 위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그는 "양쪽 모두 상대가 전략적 위험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강대국 간 대치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박사는 지난 2012년 발간된 ‘중국론(On China)’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전략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제로섬 게임의 패권경쟁이 아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역설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이 ‘세계공장’으로 우뚝 서고 경제성장세를 가속화하자 미국에서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 제기됐다. 중국 견제론보다는 중국과의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마침 당시 중국 5세대 대표주자로 부상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 방문길에 오르자 LA타임스는 “프레너미가 왔다”고 보도했다. ‘프레너미’는 ‘친구(friend)’와 ‘적(ememy)’의 합성어다.

이후 한동안 미중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 프레임이 많이 사용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전방위적인 대중 압박이 펼쳐지면서 최근에는 ‘적대적 관계’가 강조되고 있다.

이번 경고가 여운을 남기던 20일 오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의미있는 메시지가 발신됐다.

G7정상회담의 성과를 담은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은 예상대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골간으로 했다. 다만 묘한 차이가 있었다.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기본 규범을 위반한 전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면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경고를 발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견제의 입장을 밝혔지만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용의가 있다”라거나 “우리의 정책 접근은 중국을 해하거나 중국의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선의를 강조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강조해온 새로운 대중 접근법인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공식으로 거론한 것이다.

디리스킹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와 달리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나가자는 취지로 제안된 개념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이를 많이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7일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한다는 입장에서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과 수렴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서방과 중국 관계가 디리스킹의 속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지, 아니면 패권충돌의 양상이 강한 디커플링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향후 세계질서를 가늠할 매우 중대한 요소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