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닥칠 채무 불이행(디폴트)과 그 재앙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기업 대표(CEO) 및 금융 지도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옐런 장관이 CEO들과 개별 통화를 하며 현재 공화당이 펼치고 있는 “벼랑 끝 전술의 위험한 결과”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CEO의 이름을 밝히거나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옐런 장관이 조건 없는 부채 한도 상향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우리 예측으로는 6월 초, 심지어 6월 1일이면 현금과 현재 사용중인 특별조치 효과가 바닥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그 시점에는 우리가 정부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1789년 (연방정부 수립) 이래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금융적 카오스를 초래할 디폴트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채한도 상향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금융 시장은 이르면 7월쯤 디폴트 사태 가능성을 경고해 왔지만, 4월 세수가 예상을 밑돌며 전망보다 이르게 디폴트 경고가 터져나온 상황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상·하원이 모두 열리는 내주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채한도 문제를 놓고 합의에 도달해야 하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과 재정지출 삭감을 연계하고 민주당과 백악관은 전면 백지화로 버티며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주부터 미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모기지, 자동차 대출 및 신용 카드에 대한 가계 지출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9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 민주당 최고지도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부채한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과 달리 미국은 대출 가능 금액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정부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에 의회는 주기적으로 부채 한도를 높여야 한다. 실제로 의회는 1960년 이후 모두 78번에 걸쳐 부채한도를 반복적으로 상향 조정해 왔다.
또 비단 올해 뿐만 아니라 야당이 다수당으로 의회 권력을 장악할 때마다 한도 증액을 둘러싼 대치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2011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채 한도 증액 법안 처리를 놓고 의회가 줄다리기를 이어가자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