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5곳 중 3곳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눈높이를 낮추고 비관적으로 예상했던 증권가에서도 기업 실적이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이후 개선될 것이라는 ‘실적 바닥론’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복수의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제시한 기업은 총 98개로 집계됐다.
이중 58개사(59.2%)는 1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의 기대치를 가장 크게 뛰어넘은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1분기에 시장 기대치(992억원)를 무려 130.5% 웃도는 22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IG넥스원도 682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해 시장 눈높이(371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LG전자의 실적도 ‘서프라이즈’였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4974억원으로 시장 추정치(1조1149억원)를 34.3% 웃돌았다.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6402억원)을 추월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5000억원 미만이었던 시장의 추정치를 웃도는 63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여기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관련 금액(1003억원)도 반영됐다.
현대차와 기아도 나란히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3조5927억원)와 기아(2조8740억원)는 시장의 전망치보다 각각 23%, 24%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같이 기업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공개하자 증권가에서도 ‘실적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았기 때문인지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상태”라며 “1분기가 코스피 기업이익의 바닥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도 “현재 기업들의 이익률(매출액 대비 이익)은 경기침체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면서 “매출 전망이 현재 수준에서 급격히 내려갈 위험만 발생하지 않으면 이익도 지금보다 더 크게 하향될 여지가 적다. 실적은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하락세가 아직 바닥에 닿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깜짝 실적이 연이어 나오면서 이익 저점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하반기에 수출 회복 둔화와 다소 높아진 시장 눈높이로 인해 향후 이익 추정치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