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여전히 학교가 어려운 학생들
‘단체생활’ 기피 뚜렷…자퇴 30명 나온 고등학교도
체육시간마다 보건실, 단체급식 거부도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경기도 용인시 소재 한 고등학교는 전교생 1000여명 가운데 지난해에만 30명이 자퇴했다. 이곳 고등학교 상담교사 김모(40)씨는 “통상 한 고등학교에서 자퇴생이 10명을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었다”며 “대면수업을 다시 시작한 작년부터 조별과제, 체육시간 같은 단체활동을 기피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에 김씨는 올해 전교생 대상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열어 대인관계 관리법을 교육했다.
지난해 대면 수업이 전면 재개된 이후 두 번째 학기를 맞았지만 학교 현장엔 여전히 ‘부적응’ 학생들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대면 수업 등으로 학교에 나가지 않고 3년여를 보내다 학교현장에 돌아와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씨는 “체육시간에 핑계를 대고 보건실이나 상담실에 머무르는 아이들도 많다”며 “성적 문제로 자퇴하는 아이들은 원래 고정적으로 있었지만 대인관계 문제를 호소하며 자퇴를 상담하거나, 심지어는 상담도 받지 않고 자퇴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고등학생 이하로는 학교 수업 대신 ‘홈스쿨링’을 택하는 가정도 속출하고 있다. 현행법상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에 해당해 자퇴가 불가능하지만, 홈스쿨링 등을 선택한다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인천의 초등학교 교사 최모(35)씨는 “비대면 수업 기간 사실상 학생들을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려웠던 탓에 덧셈이나 뺄셈도 익히지 못했던 학생의 경우, 차라리 홈스쿨링으로 집에서 교육을 하겠다는 가정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유행전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했거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겐 대면 수업 자체가 두려움이 될 수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소속 최혜숙 나로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왕따 등 학교폭력을 당했던 학생들에겐 코로나19 기간이 숨통이 트이는 기간이기도 했다”며 “교실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수업 듣기를 거부하면서 학교에서 배워야 할 대인관계와 학습이 둘 다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를 통한 아이들의 ‘등교거부’ 상담도 잇따른다. 10년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해오고 있는 정유진 상담사는 “이렇게까지 극렬하게 등교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을 많이 본 적이 없다”며 “극단적으로 자해까지 가는 경우를 합하면 3배가 늘었다”고 했다.
올 초부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겐 ‘노마스크’도 갈등 요인이다. 정유진 상담사는 “외모에 대한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 급식실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밥을 먹는 것을 두려워해 급식시간을 기피하는 것을 시작으로 등교를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검정고시를 택한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8월께 학교 부적응 자퇴생 통계가 확정되면, 코로나19 상황과 학습중단 사이 상관관계가 있는지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전제상 공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학교에선 읽고 쓰는 학습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가르치는 만큼, 아무리 홈스쿨링 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더라도 기본적인 학습 경험은 보장해야 한다”며 “적어도 대인관계 차질 등을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