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곧 돌아온다던 ‘누누티비’, 알고 보니 사칭?”
국내 최대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누누티비’가 운영 재개를 예고했다. 정부 압박과 부정적인 여론에 백기를 든 것처럼 보였으나 사이트 폐쇄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해당 공지가 사칭”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7일 누누티비 운영진인 스튜디오유니버셜이라고 주장한 한 계정은 텔레그램을 통해 “오는 30일 누누티비 시즌2를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서비스 재개 후 새로운 웹 사이트 주소를 기존 누누티비 계정 가입자에게만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3일 누누티비는 공지사항을 통해 “14일 0시 기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도메인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단속을 피해왔지만 경찰 수사가 확대되고 국회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컴백 선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누누티비 공식 텔레그램을 사칭하는 계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존 누누티비 운영진은 “서비스 종료 이후 누누티비 관련 사칭 텔레그램 채널이 급증하고 있어 사기에 유의하길 바란다”며 “재오픈 계획은 일절 없으며 데이터도 삭제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누누티비가 실제로 서비스를 재개할지 지켜본 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다. 과기정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누누티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누누티비는 넷플릭스·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올라오는 신작을 불법으로 제공해왔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길복순’을 하루 만에 공유하는가 하면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 인기 예능프로그램 ‘환승연애’ 등도 무료로 제공해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누누티비 월 이용자는 1000만명, 콘텐츠 조회수는 18억건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저작권 피해액은 4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작 콘텐츠를 제작하는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각각 1213억원, 119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해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1년 10월 개설 이후 누누티비가 불법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은 33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무소속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누누티비는 영상 스티리밍 상·하단에 불법 도박 광고를 게재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일각에선 “도박 업체들이 직접 누누티비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완주 의원은 “광고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배너 클릭 광고의 평균 단가 1회 클릭 당 400원임을 고려하면 누누티비가 그간 불법 도박 광고로 얻은 이익이 최소 3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