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 학폭 사건 손배소 대리
3회 불출석으로 항소심 취하·원고 패소
변호사 손해배상 인정한 사례 있어
“2심 예상 결과 등 살펴봐야”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권경애 변호사가 학교 폭력 소송에 3회 불출석해 패소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실제 ‘불성실 변호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사례가 여러 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피해자측이 받을 수 있었던 손해 배상액과 변호사의 책임 입증이 관건이다. 지난 3년간 재판 불출석 등 성실 의무 위반으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불성실 변호사’는 32명에 달했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2016년 서울중앙지법은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취하 간주로 종결된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소송 경과, 결과 및 대책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변호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원고측이 제기한 위자료 3000만원 중 300만원만 인정했다. 이에 대해 “(당시)원고가 승소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되며 취하 간주된 것을 알았을 때 같은 내용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유사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1997년 대법원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의뢰인에게 상고 제기 기간을 잘못 알려 상고하지 못한 경우에 대해서도 변호사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소송사건 담당 변호사로서 원고가 상급심 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원심이 위자료로 1500만원을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2015년 학교 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의 유가족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맡아왔다. A씨는 2016년 학교 법인과 가해 학생 부모, 서울시교육청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피고 B씨에 대해 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33명 중 19명에 대해, B씨는 배상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심이 진행됐다. 하지만 권 변호사가 3차례 항소심 재판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A씨의 항소는 취하됐으며, 재판부가 “배상 책임이 없다”는 B씨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의 5억원 배상 판결도 없던 일이 됐다. A씨는 권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호암 신민영 변호사는 “변호사의 과실이 커 유가족의 소송은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배상액은 정신적인 위자료와 원래대로 재판이 진행됐다면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상액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1심 판결에서 나온 배상액이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2심 승소 가능성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에서 B씨가 무변론으로 일관해 5억원 판결이 났다. B씨가 2심에서 적극 대응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측 대응과 별개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또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징계를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에 들어갔다. 빠르면 1~2개월 내에 처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변협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총 32명이었다. 이 중 제명(1명), 정직(9명) 등 중징계를 받은 이는 10명이었다. 나머지는 과태료(21명), 견책(1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