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커다란 성공” 여론전

‘굴종’ 비판에 “지엽적 문제”

尹 지지율 하락세 부담으로

尹, 방일 논란 정면돌파...위안부·독도·오염수는 ‘불씨’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 후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6~17일 방일은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12년간 중단됐던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조치 등을 이끌어냈다. 양국 경제계도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조성해 미래청년세대 교류 촉진 등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던 데다가, 정상회담 직후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영유권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언급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며 ‘불씨’가 남았다. 대통령실은 “위안부·독도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으나 관계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해묵은 현안이 많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부터 본격적인 정상회담 평가가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번 방일에 대해 “판을 바꿨다”,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평하며 회담 성과를 앞세워 여론 다독이기에 나섰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일 굴종외교”라는 비판여론이 쏟아지는데 대해서도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 변화의 큰 판을 읽지 못하고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 정치적 쟁점을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부각시키며 ‘정면돌파’에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로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고, 한미일 관계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지난 18일 각각 KBS, YTN방송에 출연해 직접 방일 성과를 설명하며 “위안부·독도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서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방일 비판여론이 더욱 커질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13~17일)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36.8%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계 회복의 첫 단추는 꿰었지만 양국 간 현안도 산적하다.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독도, 후쿠시마 오염수 등을 언급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여론이 한층 악화된 데 이어, 후쿠시마현산 수산물 등의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산케이신문 보도도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또, 기시다 총리가 2018년 발생한 ‘레이더-초계기 문제도 양국 간 현안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국내여론을 의식한 듯 기시다 총리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만큼, 일본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호응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다.

이도운 대변인은 전날 “윤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로서 중요한 결단을 내렸고, 이번에는 기시다 총리도 호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한일 양국의 여론”이라며 “미국과 국제연합(UN/유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호응하면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 이후 한국을 답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결국 기시다 총리가 무엇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방일 성과가) 평가받지 않겠나”고 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