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도 줄어 시설재배 채솟값 급등

청양고추도 전년보다 2.1배 올라

고물가에 ‘홈파밍’ 수요도 증가세

‘난방비 폭탄’에 애호박이 3500원
난방비 폭탄으로 농가의 생산단가가 급등하면서 채솟값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 매대에선 애호박 개당 3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청양고추, 애호박 등 일부 채솟값이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농가가 생산단가 급등을 피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 대표적인 시설재배 대표작물인 애호박은 명절에 비해 더 비싸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애호박 20개 가격(상품 기준)은 4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61%가량 비쌌다. 이는 설 연휴를 하루 앞뒀던 1월 20일 4만2040원보다도 2%가량 높은 수준이다. 애호박(20개 가격)은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 4만7440원까지 올랐었는데 이는 평년(2만6622원) 대비 약 78%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런 탓에 일부 마트에서는 개당 3500원짜리 애호박도 등장했다.

가격 상승이 큰 채소는 주로 시설재배 작물이다. 겨울 한파를 지나며 수확량은 줄어든 데 반해 난방비와 전기요금까지 오른 탓에 생산단가가 높아져 소비자가격에 이 같은 부담이 반영된 탓이다.

청양고추 가격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올라 ‘금(金)고추’가 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청양고추 10㎏(상품 기준) 가격은 14만7000원으로, 1년 전(6만9268원)에 비해 2.1배(112.2%)나 올랐다. 지난달 23일에는 같은 중량이 19만9000원으로, 부산 지역의 경우 가격이 22만원까지 솟구치기도 했다.

오이 가격도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보통 장마, 태풍 등 영향을 받으면 가격이 크게 오르는데 이보다 더 가격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취청 오이(청오이) 50개 가격은 5만7300원으로 개당 1146원꼴이다. 평년(3만1760원) 대비 무려 80.4%가 오른 가격이다.

지난달 28일 가시계통 오이(상품 기준) 10㎏의 가격은 5만6000원으로, 1년 전(3만4960원) 대비 60.2% 올랐다. 이는 태풍 ‘힌남노’가 온 다음날인 지난해 9월 7일(3만원)에 비해서도 86% 비싼 가격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시설재배 채소의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겠지만, 이달에도 꽃샘추위가 예보돼 있어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탓에 집에서 직접 채소를 기르는 ‘홈파밍’ 수요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시기, 가정 내 활동 증가로 늘어났던 텃밭 가꾸기 수요가 고물가와 더불어 줄어들지 않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7일까지 약 두 달간 텃밭 가꾸기 세트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또 ▷화분(24%↑) ▷전지가위(17%) ▷식물지지대(13%↑) 등 식물 기르기에 필요한 각종 도구의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상황이다.

G마켓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으로 인해 각종 채소 값도 오르며 텃밭 가꾸기 세트 같이 집에서 각종 채소를 직접 키워 먹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채소를 고르려는 사람이 늘며 주요 채소의 판매량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29일까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산물을 20~30% 싼값에 파는 ‘3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첫 주 대상 품목은 ▷양파 ▷당근 ▷청양고추 ▷상추 ▷오이 ▷딸기 총 6종이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1419곳, 지역 농협 2175곳, 전통시장 6717곳 등 총 1만1495곳이 행사에 참여한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