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역). 재벌 3세인 조태오는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와 함께 대중에 큰 궁금증을 남겼다. ‘실제 저런 3세들이 있을까?’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벽산그룹 3세가 있다. 뒤이어 이번엔 그의 동생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붙잡혔다. 회사 경영을 물려받고 있는 형과 동생이 각각 음란물 유포, 마약 투약 혐의로 법정에 선 것.
이들이 지분을 가진 TYM은 농기계 전문기업으로 ‘농슬라’로 불릴 만큼 트렉터 등 농기계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이다. 승승장구 중인 이 회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음란물 유포·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오너가들이다.
하필 오너가의 마약 투약 혐의가 알려진 때가 바로 TYM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날이다.
주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과 ‘오너가 마약 투약 혐의’를 동시에 접한 셈이다. 역대급 호재에도 주가는 오히려 꺾였다. 가장 큰 피해자는 회사 미래에 투자한 주주들이겠다. 영화 속 대사처럼, “어이가 없네”다.
마약 투약 혐의, 음란물 유포 혐의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최근 벽산그룹 창업주 손자 김모 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씨는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해외에서 마약류를 구매,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김모 씨의 형이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약식기소돼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음란성 메시지를 보내거나, 지인의 SNS에 음란성 댓글을 단 혐의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형제는 벽산그룹 3세, 벽산그룹 창업주 고(故) 김인득 명예회장의 손자들이다. 김 명예회장의 차남이 바로 이들 형제의 부친, 현 TYM을 이끌고 있는 김희용 회장이다.
김 회장은 슬하에 3명의 남매를 두고 있는데, 이들 모두 TYM에서 주요 직책을 맡으며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삼 남매 중 한 명이 마약 투약 혐의를, 또 다른 한 명이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다.
지분을 보면 이들 3세한테 사실상 경영도 승계 된 상태다. 김회장이 최근 본인이 보유한 주식의 43%를 세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김 회장의 지분은 16.68%에서 9.48%까지 줄었다. 대신 세 남매의 지분은 장남 5.26%, 장녀 4.04%, 차남 10.53% 등으로 늘었다. 다만, 특정 자녀가 압도적으로 지분이 많진 않아 아직 후계 구도가 확정된 건 아니다.
장남, 차남이 연이어 사회적 문제에 휘말리면서 향후 후계 구도에도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바로 TYM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한다.
TYM는 사상 최대 실적, 하지만
TYM은 대동과 함께 국내 농기계 기업의 압도적인 ‘투톱’이다. 양사 모두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나 성장세가 어마어마할 정도다. 때문에 최근 들어 테슬라와 비유한 ‘K슬라’, ‘농슬라’ 등의 별칭으로도 불린다.
TYM은 작년 연결 영업이익이 1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무려 250%나 늘었다. 매출액은 1조 16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8.7% 증가했으며, 무엇보다 TYM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쾌거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 수출 호조에 따른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꺾였다. 24일에도 전일 대비 3% 이상 떨어졌다. 투자 관련 커뮤니티엔 오너가를 성토하는 글로 가득 차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어 이젠 오너 리스크의 파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오너 경영의 단점만 계속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