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1월 말 당정협의회 연기 이후 국회 보고 無
與정책위도 ‘건전재정 역행’ 판단…사실상 중단 수순
‘대통령실 결자해지’ 해석도…한풀 꺾인 한파·전대도 영향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올해 초 ‘난방비 폭탄’ 사태 이후 중산층까지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던 당정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국회 논의는 한 달 가까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은 중산층 지원 확대가 ‘건전재정에 역행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난방비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회는 지난달 말 한 차례 연기된 이후 아직까지 개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당정은 이달 초 난방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1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 경감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회의를 연기했다. 각 부처가 대안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기재부·산업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안을 여당에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에게 관련 보고를 했던 기재부는 물론 산업부도 추가 국회 보고 계획을 잡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대 쟁점이었던 재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중산층은 중위소득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로, 전체 국민의 약 60%에 달한다.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지만, 중산층 지원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0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중산층 지원 확대는) 재원도 많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대통령실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추가 대책으로 사실상 갈음됐다는 것으로, 대통령실이 ‘결자해지’했다는 해석이다.
당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껍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에너지 요금 분할 납부를 소상공인 등에게 한시 확대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한 당 관계자는 “당에서 추가로 내놓을 게 없다”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것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애초 중산층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달 초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추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의 확대 요구는) 가급적 넓은 범위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한 바 있다. 당 정책위도 민주당의 ‘30조 민생 프로젝트’ 제안과 관련해 이달 지도부에 제출한 검토 보고서에 에너지·물가 지원금과 관련해 “서민층 중심 집행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산층 지원은 건전 재정에 역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건전 재정 기조 전환에 따라 ‘추경은 없다’는 입장을 연초부터 강조해왔다.
재원 문제 외에는 물러난 한파,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국면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온이 오르면서 가스 사용량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난방비도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도부도 과도기에 놓인 상황”이라며 “주도권을 갖고 논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