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깜짝 실적과 자사주 매입 소식으로 폭등한 반면, 장중 동반상승했던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장 마감후 ‘어닝미스’로 금세 찬물을 끼얹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빅테크 실적 등 대형 이벤트들이 종료된 상황에서, 향후 지수가 크게 움직이기보다 개별 종목 중심의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84.50포인트(3.25%) 급등한 1만2200.82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30일 이후 하루 최대폭 상승이다.
증시를 견인한 주인공은 23.3% 폭등한 메타였다. 메타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1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고, 주가부양을 위해 4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것이 투자자들을 열광시켰다. 메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32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예상치(315억3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메타가 공개한 올해 1분기 매출액 전망치도 최대 285억달러로 월가 예상을 상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루 동안 불어난 메타 시가총액 증가분 1000억달러가 씨티그룹 기업의 전체 시총과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실적을 발표한 애플, 아마존, 알파벳은 ‘어닝미스’ 수준의 실적으로 시장을 금세 실망시켰다.
우선 시총1위 애플은 작년 4분기 주당 순이익(EPS)과 매출이 각각 1.88달러(10.9% 감소), 1171억5000만달러(5.5% 감소)라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EPS 1.94달러, 매출 1221억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애플의 분기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9년 2분기(-5.4%) 이후 처음이며, 2016년 4분기(-8.1%)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간판 제품인 아이폰부터 부진했다. 아이폰 관련 매출액은 657억8000만달러로 월가가 전망한 682억9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17% 줄었다. 맥(Mac)의 경우 77억4000만달러를 기록, 역시 월가 예상(96억3000만달러)을 밑돌았다. 아이패드 관련 매출액(94억달러)만 호실적을 냈을뿐 사업 전반이 악화된 셈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실적을 두고 “달러화 강세, 중국 생산 차질, 거시경제 전반의 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나온 알파벳(구글 모회사) 실적도 부진했다.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EPS는 1.05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1.18달러)을 밑돌았다. 매출액은 760억5000만달러로 월가 전망(765억3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유튜브 광고 매출액이 79억6000만달러에 그쳐 타격이 컸다. 스트리트 어카운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82억5000만달러였다. 온라인 광고가 감소하는 것은 경기 침체를 대비해 기업들이 광고비부터 줄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CNBC는 “유튜브는 광고 감소 외에 틱톡과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액은 73억2000만달러를 기록, 역시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의 지난 분기 EPS와 매출은 각각 0.03달러와 1492억 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EPS 0.17달러, 매출 1457억1000만달러)와 비교할 때 매출을 제외하면 역시 어닝 미스를 기록했다. 이날 실적 발표 직후 매도세를 키운 것은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사업 성장 둔화였다. 아마존웹서비스 매출은 지난 분기에 20% 성장했지만 이는 직전 분기 성장률(27.5%)보다는 부진했다. 아마존은 올해 1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1210억~126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 역시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251억달러)에 다소 못 미친다.
메타로 부풀어진 빅테크에 대한 기대감은, 실적 발표 3인방의 성적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코스피에서도 실적에 따른 개별기업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알파벳, 애플이 장마감 후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소폭 부진한 실적을 발표해 시간외에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코스피에서도 성장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 있다. 통화정책회의와 빅테크 실적 등 대형 이벤트들이 종료된 상황으로, 향후 지수가 급등하기 보다는 테마성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