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린이’가 알면 좋을 위스키 상식

17년짜리 10년 보관했다고 ‘27년’?…아닙니다 [싱글몰트 위스키 열풍]
싱글몰트 위스키 '더 글렌그란트 60년'. [트랜스베버리지 제공]

[헤럴드경제=신상윤·오연주 기자] 위스키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위린이(위스키+어린이)’도 최근 들어 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추지 않으면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당장 위스키는 양주(洋酒)이지만, 모든 양주가 다 위스키는 아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브랜디, 럼, 데킬라, 진, 보드카, 리큐르 등도 양주의 범주에 포함된다. 코냑을 위스키로 일컬었다가는, “틀린 이야기”라는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위스키 세계’에 입문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관련 상식을 Q&A로 정리해 봤다.

위스키의 종류는

위스키는 원액 구성 비율에 따라 크게 싱글몰트(Single Malt)·몰트(Malt)·블렌디드(Blended)·그레인(Grain),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위 순서는 희소성에 따라 나열됐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100% 맥아를 사용해 동일한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가리킨다. 단식증류기를 통해 두 번 증류하는 것이 특징이다. 몰트 위스키는 여러 증류소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다. 몰트 계열의 위스키는 제조 공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생산량도 많지 않아 가장 고급으로 여겨지는 위스키다. 그레인 위스키는 맥아 대신 옥수수, 호밀 등의 곡물을 발효시켜 생성된 알콜을 연속적으로 증류해 만드는 위스키를 의미한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 위스키다. 발렌타인 등 시판되는 제품의 90%는 블렌디드 위스키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위스키가 스카치 위스키인가

17년짜리 10년 보관했다고 ‘27년’?…아닙니다 [싱글몰트 위스키 열풍]
싱글몰트 위스키 ‘로크로몬드’. [인터리커 제공]

위스키는 만들어진 지역에 따라 종류를 나누기도 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영국의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증류해 만든 스카치 위스키다. 그 외 생산 국가에 따라 아메리칸·아이리시·캐나디언·재패니즈 위스키 등이 인정받고 있다. 짐빔 등 버번은 아메리칸 위스키, 히비키 등은 재패니즈 위스키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온 카발란은 대만에서 만들어진 싱글몰트 위스키다.

17년짜리 위스키를 병입한 후 10년간 보관했다면 이 위스키는 몇 년짜리일까

17년짜리가 맞다. 위스키의 숙성이란 원액을 오크통에 넣어둠으로써 그 안의 독특한 향이 가미되고 부드럽게 되는 과정이다. 병입 후에는 더 숙성이 진행되지 않는다. ‘27년짜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제품 상표에 표시된 숫자는 병 안에 담긴 위스키 원액의 최소 숙성 기간을 의미한다. ‘발베니 12년’ 이라면, 원액 중 가장 최소로 숙성된 원액이 12년짜리라는 의미다. 17년이나 21년짜리 원액도 해당 제품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위스키의 영어 철자는 ‘Whisky’와 ‘Whiskey’ 중 무엇이 맞나

스코틀랜드,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Whisky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Whiskey로 쓴다. 18~19세기 초 스카치 위스키는 품질이 고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일랜드에서는 자신들의 위스키를 차별화하기 위해 ‘e’를 추가해 Whiskey로 표시했다. 그 외 다른 나라의 소규모 제조업체는 각각 선호하는 철자를 쓴다.

위스키도 와인처럼 눕혀서 보관해야 하나

위스키를 와인처럼 눕혀서 보관하면 낭패를 본다. 반드시 세워서 코르크 마개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과 다르게 위스키는 온도 등 환경에 따른 맛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별도 저장 장소가 필요 없어 상온에 보관하면 된다. 다만 풍미와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개를 열지 않은 상태에서는 10년 정도 충분히 보관할 수 있으며, 마개를 딴 경우에는 코르크가 말라 부스러지면서 위스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수시로 교환하는 것이 좋다. 개봉 후에는 공기가 병 안으로 들어가 위스키와 접촉해 산화가 일어나며 풍미가 변한다.

최근 ‘김창수 위스키’ 등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직접 생산한 위스키를 못 본 것 같다

모든 위스키는 오크통과 상호 작용에 의해 숨을 쉰다. 이러한 결과로 스코틀랜드의 경우 매년 최대 약 2%의 원액이 오크통 밖으로 증발하는데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천사의 몫이 5%가량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 대기업도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역사가 있다. 홍준의 한국주류수입협회 홍보고문(시그니처 대표)은 “위스키의 최종 특징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숙성과 숙성 시간”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천사의 몫이 스코틀랜드 같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기후상 (위스키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