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물가상승 영향 금 수요 자극

비트코인도 일주일 전 대비 10% 올라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조만간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 속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가 풍부해져 유동성이 높아지면 자산시장에는 훈풍이 불게 되는데, 그동안 부진했던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그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자산은 금과 비트코인이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여전한 경기 침체 우려와 물가 상승 전망 및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이 수요를 자극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비트코인은 법정화폐에 도전,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특성상 기축통화인 달러의 약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국제 금 선물가격이 최근 6주 연속 상승하면서 온스당 1940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저점으로부터 20% 상승한 것으로, 금값의 상승세가 계속돼 2000달러 고지까지 넘어선다면 역대 최고가인 지난해 8월 2069달러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 전망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의 매력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 가격은 통상 달러가치 및 실질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해주는 유용한 헤지수단으로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이라 평가받는 비트코인도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일주일 전 대비 10% 오른 2만306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FTX 사태 영향과 함께 낮은 유동성에 대한 경고가 꾸준히 나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만300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서 상승하는 양상이다.

이는 비트코인 탄생 배경이 기존 중앙은행 통화 대체에 있는 만큼, 달러 약세에 비트코인을 대체재로 삼는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로·엔·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할 때 해당 통화로 표시된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한 바 있다. 지난 9월 말 파운드화 급락시엔 영국 비트코인 수요가 하루 최대 10배 급증하기도 했다. 또 통화, 주식, 채권이 동시에 약세압력을 받는 여건은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자산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에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9개월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1230원 초반대에서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3개월 동안 1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연내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로 내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달러약세와 함께 금과 ‘디지털금’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은 미국주식, 금, 부동산, 10년 만기 미국 국채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또다른 보고서를 통해 금은 인플레이션 및 달러가치 하락 헤지수단으로 적합하지만, 비트코인은 고성장 기술기업 주식과 유사해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