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지금 크리더십이 필요한가?
SNS 등 ‘新 직접민주주의’전개 ‘나를 따르라’식 리더십은 안통해 ‘국민 공감위한 창조적리더십 절실
2014년 갑오(甲午)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개방과 수구의 갈등 속 갑오개혁을 단행했던 구한말 1894년의 상황과 대비될 정도로 엄중하다. 당장 20세기의 잔재인 좌우 이념대립으로 인한 정치적 기회비용이 엄청나다. 세계 주요국에서 아직도 ‘좌빨’과 ‘보꼴’의 막말이 제도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국회는 여야로 나눠 서해북방한계선(NLL), 통합진보당 혁명조직(RO) 등 색깔 논쟁에 매몰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 치료를 위한 경제와 민생입법 상당수를 외면했다. 올해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념 대결의 양상은 더욱 날카로워질 태세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질은 외면한 채 서로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고 있다.
정치권이 제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는 동안 대한민국 사회의 염증은 점점 더 곪아가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국가 전반의 활력이 줄고 있다. 2026년이면 영국과 같은 수준의 노령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근본 원인인 육아 및 사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고령화에 따르는 사회적 복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젊은층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는 혁신도 절실하다. 거의 모든 정권에서 교육개혁, 노동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입시제도 일부 바꾸고, 노사협상 형태를 일부 달리하는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형태만 달리한 부작용이 이어졌다. ‘판’을 바꾸는 획기적 접근이 절실하다.
경제 사정도 점입가경이다. 전자, 자동차, 화학, 조선, 철강 등 대한민국을 이끌던 기존 5대 산업의 글로벌 경쟁 상황이 심상치 않다.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다. 강력한 기초과학과 보호장벽으로 무장한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장벽은 다시 단단해지고 있다. 엔저로 이익 내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새해에도 우리 기업의 이익전망은 지난해보다 어둡다. 이는 경제성장의 둔화로도 직결될 수 있다.
신후식 국회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의 성장률 둔화 추이가 빨라지고 있어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세수환경 악화현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0년간의 산업와 민주화의 기적을 100년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이끌 창조적 리더십(크리더십ㆍcreadership)이 절실하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21세기에는 창조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분석과 종합, 경험의 세계에서 나오며 좌뇌, 우뇌를 아우르는 전뇌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지도자의 경우 ‘나를 따르라’ 식의 군주형 리더십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정보의 일부 독점이 사라져 삽시간에 공유되고, 사회 각층이 SNS 등을 통해 제 목소리를 직접 내는 ‘新직접민주주의’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국가지도자는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통찰력과 소통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 됐다. 통찰력이란 한수 앞을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며, 소통은 신뢰와 공감대 형성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
최근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세계인들로부터 추앙받는 것은 27년간이나 복역하는 탄압을 받았음에도 대통령이 된 후 화합과 공존의 크리더십으로 350여년에 걸친 인종 분규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창조적 리더십은 기업 경영에도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예로 든 가수 싸이로 대변되는 한류가 혁신, 창조적 리더십의 좋은 사례다.
펀드매니저 출신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SM이나 YG엔터테인먼트가 처음 상장됐을 때만 해도 해외에서 이처럼 한류가 뜰 줄 몰랐다”면서 “하지만 이들을 단순한 ‘딴따라’로 폄하한 매니저들은 죽을 쒔고, 새로운 변화로 인식한 이들은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글로벌 콘텐츠 유통채널은 예전 ‘종합상사맨’들의 ‘발품’ 없이도 싼 원가의 제품을 전 세계에 빛의 속도로 뿌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은 “미국 다우존스지수를 구성하는 우량기업 30개 가운데 지난 100년간 존속한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뿐”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창업자들의 저돌적 기업경영 행태에서 탈피해 2~3세 오너들은 크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