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 드라이브가 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을 통해서다. 우리 정상의 계묘년 첫 방문지인 UAE는 ‘중동의 스파르타’로 불리는 중동지역 외교, 안보의 소(小)강국이자, 세계 최고(最高)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로 상징되는 자타 공인 중동 경제의 메카다. 바로 이곳에 윤 대통령은 1980년 양국 수교 이후 우리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국빈방문했다.
UAE는 특별하다. 중동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국가이자 우리의 사상 첫 원전수출의 쾌거로 평가받는 바라카원전이 있는 곳이다. UAE는 지난해 12월 새로 발행한 자국 최고액 지폐에 바라카원전 삽화를 넣을 정도로 우리와 각별하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박진 장관도 최근 외교부 연두업무보고에서 전방위 경제외교를 올해 3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비중 있게 다뤘다. 그리고 UAE가 2023년 우리 정상 세일즈외교의 첫 파트너로 선정됐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이다.
이번 UAE 경제외교의 성과는 투자, 방산, 원자력, 에너지 등 4대 핵심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UAE 무함마드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다. 지난 한 해 우리가 유치한 해외 투자 총액이 305억달러 정도임을 참작하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양국 간 방위산업의 전략적 협력과 다목적 수송기 국제 공동 개발을 위한 MOU가 각각 체결됐다. 단순히 물자를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더 높은 차원의 협력 틀이 마련된 것이다. 차세대 소형원자로(SMR) 기술개발 등 원전 협력도 계속 강화해가기로 했고, 포괄적 에너지 협력을 위한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파트너십(CSEP) 공동 선언문’도 채택됐다.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전략물자인 원유 수급의 안정성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원유 수급위기 시 우리나라가 계약물량을 우선 구매하는 MOU를 체결함으로써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경제안전판을 확보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 우주협력 등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총 48건의 MOU가 체결됐다. 경제가 곧 민생이고, 경제외교가 국민외교인 시대에 대(對)중동 진출의 관문인 UAE와의 협력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다.
이러한 모든 성과를 담아 양국 정상은 ‘한·UAE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한국을 신뢰한다”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굳은 의지 속에 우리의 산업기술과 UAE의 자본이 결합된다면 제2의 중동 붐도 머지않다.
이번 방문은 윤 대통령이 우리의 글로벌 비전을 천명할 다보스포럼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경제의 확실한 국제경쟁력을 과시한, 의미 있는 계기였다. 우리 기업이 중동에 진출한 지 50주년이 되는 올해, 이번 성과가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우리 경제외교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