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장관·한은 총재, 최초 공식 만남
경제상황 인식 공유 위한 소통채널 구축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에서 실물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화정책 수장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만나 실물경제와 통화·금융정책의 조화를 위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공식적으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수출까지 흔들리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냉각되는 등 기업들의 애로가 가중됨에 따라 실물과 통화정책 수장이 만나 경제 활력 회복이라는 목표를 위한 정책 조화 및 대응 강화 방안 모색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부는 이 장관과 이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만나 최근 경제 동향과 주요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수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3고 위기 등으로 어려워진 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소통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두 사람은 미국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장관은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이 총재는 경제학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4일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상승률이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졌다.
미국의 긴축으로부터 비롯된 달러 강세가 ‘3고 현상’을 심화시켜 한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 금융 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가중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여파로 이달 제조업 업황지수가 석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실물경기가 휘청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 달에도 자동차와 철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 업종에서 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이 226개 제조 업종에 대한 ‘전문가서베이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11월 제조업의 업황 현황 PSI는 10월(80)보다 하락한 77로 석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윤 정부가 지향하는 ‘민간 주도 공정혁신 경제’ 속에서 성장지향형 산업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이 장관이 사상 최초 여섯 차례 연속 금리인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애로가 가중되고 있는 산업계 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통화정책 수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미래를 위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자금확보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가격과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무엇보다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특히 시장주도 성장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익숙한 정책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정책영역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접근과 방식을 모색해 기업 활력을 높여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것이 포부다. 이번 만남을 통해 이 한은 총재가 산업계의 어려움을 공유한 만큼,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방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