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시간 두고 심사” 입장

英 CMA “경쟁 강화 수정조치 제출”

전문가 “수정조치로 자국 업계 보호”

결합제동보다 절차상 지연 가능성 의견도

英이어 美도 ‘승인 연기’…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어디로? [비즈360]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영국에 이어 미국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연장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 단순히 심사 일정이 촉박해 연장된 것이지만, 수정조치를 통해 자국 항공업계를 보호하려는 각국 경쟁 당국의 뜻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시간을 더 두고 심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말 미국 법무부에 심사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달 중순께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애초 미 법무부가 언제까지 심사를 마치고 결론을 내겠다고 기한을 못 박은 적은 없다”며 “미국 기업결합심사의 경우, 사안도 크고 관련 인터뷰가 지난주에 마무리된 만큼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는 추가로 미주 노선의 경쟁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정 요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등이 미주 노선 운항을 확대하면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주노선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대한항공 매출의 29%를 차지한 주력 노선이다.

앞서 전날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대한항공 측에 독과점 해소 방안을 오는 2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CMA는 한국과 영국 런던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밖에 없어 합병할 경우 독점의 우려가 있다며 유예 결정을 내렸다. CMA는 대한항공이 추가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이달 28일까지 양사 합병을 승인하거나 2차 조사에 들어갈지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MA의 발표는 기업결합 심사의 중간 결과 발표로 최종 결정이 아니다”라며 "이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하고, 심사를 조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향후 심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의 인천~런던 노선 취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MA가 기업 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영국의 심사 지연이 완전한 양 항공사의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기 보다 절차 상의 지연일 가능성에 더 힘이 실린다.

앞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수정조치 요구는 오히려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국 경쟁 당국이 합병을 불허할 것이라면 보통 초반에 불승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심사가 연장되는 것은 승인 결론은 내렸지만, 대한항공에 수정 조치를 통해 자국 항공업계에 보상을 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영국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는 남은 국가의 경쟁당국 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만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양사 합병은 9개국에서 승인을 받은 상태다.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과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5개국에서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중 한 국가의 경쟁당국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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