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을 내년에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무효로 된 예금보험공사 지분의 30%를 통째로 파는 방안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30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의 지분을 조만간 정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내년 상반기중 매각이 반드시 성사되는 방안을 찾아 다시 한 번 민영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마감된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에서는 중국의 안방보험만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유효경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박상용 연세대교수)는 내달 4일회의를 열어 후속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진단과 매각 조건의문제점, 현재 시장상황 등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신제윤 위원장이 의욕을 갖고 추진한 4번째 우리은행 매각안이 실패함에 따라 현재의 경영권 매각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소수지분 매각 본입찰에 도입된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도 검토대상이다.
이는 공자위가 최소·최대 매입 가능한 수량을 정해 놓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매수희망자에게 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입찰에는 콜옵션 행사분(8%)을 제외하고 매각 대상 물량(18%)의 1.32배인 23.76%의 입찰이 들어왔다.
이번 소수지분 매각에는 최소 입찰 물량이 0.5%, 최대 10%로 적용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게 한 금산분리, 은산분리 등 제약요인에다 매각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정부 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자본 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3조원이 넘는 매물을 독자적으로 사겠다는 희망자가 나서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참여여부가 불투명했던 중국의 안방보험이 매입을 시도했고 중도 하차한 교보생명의 재입찰 참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영권 매각안 자체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매각이익 극대화’라는 국가자산 매각원칙을 우리은행 매각에서 예외로 적용하고 경영권 매각보다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은행업이 과거처럼 돈 버는 사업이 아니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