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향한 ‘50년 증권맨의 고언’

일확천금 노리는 ‘한탕족’에 가까워

현재의 삶에 얼마나 충실한지 성찰을

사회공헌·전문가 같은 취미활동 필수

투자손실 생겨도 삶에 지장 없게 관리

국내 은퇴·노후 설계 개척자이자 1인자인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최근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파이어족(극단적으로 자산을 모아 30대 후반~40대 초반 은퇴)’에 대한 동경이 늘어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강 대표는 “본래 파이어족은 미국에서 30~40대 전문직이 피땀 흘려 돈을 벌고 그렇게 얻은 소득의 최대 80%를 저축해 형성한 자산으로 제 2의 삶을 꼼꼼하게 설계하는 개념”이라면서 “반면 최근 우리 사회 젊은층이 인식하는 파이어족은 착실하게 일하고 꼼꼼하게 절약하는 과정은 생략한 채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족’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미국의 파이어족에겐 이른 은퇴 시기와 넉넉한 자금만큼이나 그 이후 시간을 얼마나 가치있게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사회공헌이나 전문가 못지 않은 취미활동은 그래서 파이어족에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는 “지금의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또 정작 은퇴를 선언하고 난 뒤 확보된 자금에 맞게 소비 생활을 구축하고 자기인생관에 맞는 삶을 살 준비도 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 삶은 설사 스스로 파이어족이라고 선언하더라도 허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강 대표는 “현재의 삶에 스스로 얼마나 충실한지도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단기적인 투자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지난 2020년 통계를 보면 20대 남자 주식매매 회전율이 6800%다. 일주일로 환산하면 두 번 정도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라며 “그런 단기 예측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강 대표는 “직장에서 월급 나오고 보너스, 퇴직금도 나온다. 직장인에게 직장은 엄청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일을 소홀히해서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하고 도태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직장인의 가장 중요한 노후 준비 엔진은 직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강 대표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3개의 금융자산 주머니’를 각각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하나는 ‘생계용 주머니’로 학비나 6개월 생활비 같은 필수 자금이다. 예금 같은 저축성 자산에 넣어두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데 쓸 주머니다.

다른 하나는 ‘자산형성 주머니’다. 장기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켜 묵묵히 돈을 불리는 주머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연금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레이딩 주머니’, 즉 단기로 샀다팔았다 하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주머니를 하나 마련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단 전체 자금의 10% 안팎으로 유지해, 고수익을 얻으면 이른바 ‘소확행’을 누리고 설사 손실이 나더라도 삶에는 지장이 없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대표는 “트레이딩 주머니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적인 금융자산 주머니에 금이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