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징검다리 황금연휴, 광주충장로 상권 모처럼 함박웃음

코로나로 매출 80%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같은 자영업 현장

배꼽티·노마스크·반팔 등 가족단위, 젊은층 몰리며 인산인해

‘폐업위기’ 키즈카페 사장님, 3년만에 매출 100만원 ‘눈물의 희망가’
5월 징검다리 연휴기간 광주대표 상권인 충장로에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침체된 자영업 현장에서도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코로나19로 9년째 운영중인 키즈카페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결국 직원과 매장을 줄이고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3년여만에 처음으로 매출 100만원을 올렸는데 눈물이 핑 도네요 ”

광주시 동구 충장로 한 쇼핑센터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A사장님. 그의 손에 놓인 매출 점포에는 100만원이 조금 못 미치는 숫자가 기록돼 있다. 사장님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하루종일 고생해서 얻은 값진 성적표다. 대목이라 할 수 있는 5월 어린이날 황금연휴에 거둔 알찬 결실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2년간 벼랑 끝 전시상황에 놓였다. 코로나와 사회적거리두기는 두번의 어린이날을 ‘어린이’ 없이 보내게 했다. 매출이 80% 가량 줄어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사판이 대한민국 창업현장에서 먼저 펼쳐졌다.

이 때문에 직원과 알바를 모두 정리하고 텅빈 매장을 혼자서 지켰다. 집에서 싸간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고 쉬는 날 없이 2년을 버텼다. 임대료와 운영비를 위해 대출도 3000만원이나 받았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폐업위기’ 키즈카페 사장님, 3년만에 매출 100만원 ‘눈물의 희망가’
5월 황금연휴 기간 광주충장로 한 쇼핑센터에도 가족단위, 연인 등 손님들이 넘쳤다. 서인주 기자

하지만 변화가 감지됐다. 확진자수가 급감하고 야외마스크 착용 금지 등 코로나 종식이 예견되면서부터다.

A사장은 “대형쇼핑몰과 키즈카페는 코로나 여파로 된서리를 맞았다. 실제 많은 동료사장님들이 폐업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 며 “대한민국에서 생계형 자영업자만 수백만이다. 아직 회복까지는 상당부분이 걸리지만 조금씩 희망도 엿보인다”고 귀띔했다.

5월 가정의달을 맞아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등 황금연휴 기간 소비수요가 늘면서 자영업 사장님들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7일 오전 광주대표 상권 중 하나인 충장로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로나로 인적이 끊긴 상황과 대조된 모습이다.

실제 코로나 장기화로 광주 주요 상권에 위치한 외식업 매장이 폐점·장기 휴업에 돌입했다.

광주시 5개 자치구 조사 결과 코로나19가 확산한 최근 1년사이 일반음식점(식당·카페·술집) 2693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코로나 이전 보다 폐업률은 20% 가량 늘었다.

‘폐업위기’ 키즈카페 사장님, 3년만에 매출 100만원 ‘눈물의 희망가’
충장로는 불과 몇달 전만해도 문을 열었던 신발가게, 옷가게, 화장품, 통신매장이 모두 사라졌다. 서인주 기자

충장로 일대 술집·음식점·옷가게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구 충장로에서 14년 간 운영된 모 대형 프렌차이즈 스테이크 전문점과 유명식당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인원 제한·매출 감소, 임대료 등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폐업과 공실이 된 가게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노마스크, 배꼽티, 반팔, 할인이벤트.

충장로 거리를 10분간 걷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현장 분위기다. 10명 중에 한두명꼴로 마스크를 벗었다. 아직은 익숙지 않아서인지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하지만 노마스크에 대한 날선 시선과 비판은 찾아 보기 힘들다. 초여름 날씨 여파로 반바지, 반팔 차림새의 청년층도 눈에 띈다. 특히 90년대 유행한 배꼽티를 입은 여성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유행은 돌고 돈다.

‘폐업위기’ 키즈카페 사장님, 3년만에 매출 100만원 ‘눈물의 희망가’
10대에게 인기가 높은 무한리필 떡볶이 매장도 연휴를 맞아 대기줄이 설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연휴기간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즐기기 위해 오랜만에 충장로를 찾았다” 며 “거리에 사람들이 많으니 활력도 넘치고 가게마다 장사도 잘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충장로 인근 대형쇼핑센터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10대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은 무한리필 떡볶이매장은 10여미터의 대기줄이 이어졌다. 아동복, 신발, 화장품 매장에도 가족단위 손님들이 늘었다. 비대면 시대 온라인 소비패턴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직접 물건을 눈으로 보며 구매하려는 수요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인근 커피숍도 만원사례다. 날씨가 덥다보니 커피나 쥬스류는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과일쥬스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C사장은 “키위나 토마토는 오늘 준비한 물량이 이미 바닥이 났다” 며 “영화관과 제휴해 영화쿠폰, 할인마케팅 등을 진행중인데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폐업위기’ 키즈카페 사장님, 3년만에 매출 100만원 ‘눈물의 희망가’
CGV광주 충장점에도 영화를 즐기려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인주 기자

CGV광주충장점도 고소한 팝콘냄새로 가득했다.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손님과 데이트족들로 붐볐다. 특히 이달부터 영화관내에서 음료와 팝콘 등의 취식이 가능해 지면서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수요가 늘어났다. 이날 마블 스튜디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처럼 스크린을 점령했다. 초상집 분위기였던 영화관이 축제의 장소로 살아나고 있음이 감지됐다.

불의의 사고를 이겨내고 세상을 구원하는 슈퍼히어로 닥터스트레인지처럼.

‘폐업위기’ 키즈카페 사장님, 3년만에 매출 100만원 ‘눈물의 희망가’
닥터스트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