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선박시장 전년 비 83% 성장
국내 중형조선사 수주량 285%↑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저희들은 올해 일감 확보는 다 끝내놨습니다”(A 중형조선소 관계자)
세계 조선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국내 대형조선사뿐 아니라 중형조선사들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들은 중형 선박 위주로 지난해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경쟁력을 회복한 데 이어 수익성 제고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중형조선산업 2021년 동향’에 따르면 국내 중형선박 수주에서 중형조선사들의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선박 수주는 총 301만CGT(표준선 환산t수)로 전년 대비 110% 증가했다. 이중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량이 123만CGT로 전년보다 285.2% 늘었다.
국내 중형선박 수주량에서 중형조선사의 비중 역시 2020년 22.4%에서 지난해 40.9%로 확대됐다. 대형조선사 중 상대적으로 중형선박 수주 비중이 큰 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166CGT나 중형조선사들의 수주가 활발해지면서 비중은 55.2%로 전년(73.8%)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대형조선사(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중공업) 비중은 3.9%다. 대형 컨테이너선 및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주력 선종 수주량이 풍부해 중형선 수주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 증가세는 세계적으로 중형선박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은 1909만CGT로 전년 대비 83.0% 증가했다. 전체 신조선 시장에서 중형선박 비중은 40.9%다.
특히 중형 컨테이너선(1000~6000TEU급) 발주가 전년 대비 389.2%가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컨테이너 해운 시황이 사상 최고치 운임을 기록하는 등 선주들의 투자 여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오는 2023년 강화될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교체수요도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형선박 시장에서 기존에 20% 이하 수준이었던 컨테이너선 비중이 지난해는 30.5%를 차지하며 시황 호조를 주도했다.
중형선박 수주량을 발판 삼아 국내 중형조선4사(대선조선·대한조선·케이조선·HJ중공업)는 모두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뛰어넘는 수주 실적을 냈다.
대선조선의 지난해 수주량은 25만CGT로 전년(11만7000CGT) 대비 114% 늘었다. 대선조선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약 3억 달러 규모 1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총 14척 수주했다. 대한조선도 지난해 46만4000CGT를 수주하며 전년(19만1000CGT)보다 144% 높은 실적을 냈다.
케이조선의 경우 지난해 33만3000CGT를 수주해 전년(8만9000CGT) 대비 275% 늘어난 수준이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수주 대부분이 중형 탱커로 총 25척, 9억2800만달러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선업을 재개한 HJ중공업은 지난해 2억7000만달러 규모로 컨테이너선 13만9000CGT(4척)를 수주했다.
보고서는 “주요 중형조선사들이 인수합병에 성공하고, 활발한 수주 활동을 전개하며 시황 개선보다 더 큰 폭의 수주 증가를 이룬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철강재 가격 급등, 선가 상승 등 을 고려해 수주 실적 확대보다 수익성에 중점을 둔 선별 수주에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