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현지 정부 방침 준수, 지속 모니터링
원자재 가격 급등, 석유화학업계 마진 확보 노력
2014년 러 크림병합 수출 감소 재현 우려
[헤럴드경제=문영규·김지윤·주소현·배문숙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현지 진출 국내 기업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당장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사태로 빚어졌던 급격한 러시아 수출 위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전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플랜B’ 가동에 사실상 착수했고, 정부도 러시아 수출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가전업계 현지 상황 비상 대응, 석유화학 수익성 확보 총력=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운영할 계획이다.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현지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크라이나 현지 주재원들을 모두 철수시켰고 직원들도 귀국을 완료했다. 현재는 현지 채용 직원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가전 공장은 모두 전투 현장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당분간 정상 가동을 할 예정이나, 생산 차질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시나리오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상승 여파로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기업경기동향조사(BSI)에 따르면 석유정제 및 화학 업종의 내달 BSI 전망치는 88.5로 종합BSI(102.1)보다 크게 낮았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가스 가격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장기계약 물량과 스팟 물량을 함께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면서 손익이 크게 변하지 않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자동차 내수 판매 및 부품 수급 우려 커=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 현지 자동차 내수 판매 감소와 부품 공급 차질도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와 부품의 러시아 수출 비중은 각각 1위(29.2%), 2위(15%)였다.
현지 상황이 악화할 경우 현대차가 추진 중인 신공장의 재정비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현지 공장은 유럽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생산이 이뤄지는 만큼 서방세력 간 대치 상황에 따른 불이익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KAM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29% 가까이 내수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판매망을 구축하고, 다양한 차종을 판매 중이다. 전쟁으로 경기침체에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 러시아 대권역을 중심으로 생산, 물류 등 자동차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 러시아 수출 폭락 재현되나=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국제 무역에서의 타격과도 비교된다. 당시 러시아 제재로 2015년 승용차(-62.1%), 칼라TV(-55.0%), 타이어(-55.9%) 등 당시 주력 품목이 러시아 수출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번 침공으로 자동차, 자동차부품, 화장품, 합성수지 등을 중심으로 교역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코트라·한국무역협회 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상황점검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에 맞춰 ‘러시아 데스크’(가칭)를 개설해 신속 대응키로 했다. 일종의 전담 수출통제 상담 창구인 러시아 데스크는 각 기업이 취급하는 품목이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 등에 관한 기업 상담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산업부는 이미 기업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했으며 미국이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하면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고, 러시아 통제품목·기술 자료 등도 배포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울산 석유비축기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사태발(發) 에너지수급상황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