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석달간 롯데정밀화학 주식 77만주 매입
케미칼·정밀화학·알미늄 ‘배터리 삼각편대’ 구축
2030년까지 친환경 매출 10兆 목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롯데 그룹이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배터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 그룹은 롯데케미칼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인데, 롯데케미칼은 최근 석달새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은 지분 600억원어치 매입을 단행했다. 롯데정밀화학은 현재 배터리 음극박 사업을 추진 중으로 롯데케미칼 경영권 강화를 통해 그룹 전체의 배터리 큰그림 그리기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정밀화학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롯데정밀화학 주식 약 77만4000주를 매수했다. 18일 종가 기준으로 611억원 가량 규모다. 지난 2015년 롯데 그룹에 편입된 롯데정밀화학(구 삼성정밀화학)의 최대주주는 롯데케미칼로 줄곧 31.13%(약 803만주)의 지분율이 유지돼 왔다. 그러다 석달 전부터 롯데케미칼의 매수에 불이 붙으면서 21일 현재 약 880만주를 보유, 지분율이 34.13%까지 올라갔다.
과거 롯데케미칼이 사업부문이 겹치는 롯데정밀화학을 합병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양사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이번 롯데케미칼의 지분 확대는 양사 통합을 위한 작업이라기보다는 우선적으로 롯데 그룹이 배터리 등 신사업 시너지 확대를 위한 지배회사의 경영권 제고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케미칼은 관계사인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과 함께 ‘배터리 삼각편대’를 구축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소재와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을 맡았다. 지난 7일에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약 6000억원을 투입,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유기용매는 전해액 원가 비중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지만 전략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로, 롯데케미칼은 이번 투자를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소재 국산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미국에도 배터리 소재 공장을 건설, 글로벌 시장 공략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위정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다운 사이클을 넘어서기 위한 다각화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전문 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데 기존의 전해액·분리막 PE(폴리에틸렌)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폭발 위험이 없는 바냐듐 이온 배터리의 제조업체 스탠다드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자, 15% 지분 인수로 2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정밀화학은 각각 양극재 소재인 양극박, 음극재 소재인 음극박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앞서 양극박을 생산하는 헝가리 공장에 1100억원을 투자했고, 롯데정밀화학은 음극박 생산 기업 솔루스첨단소재에 2900억원을 투입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8일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관련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많은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이러한 기술과 자금은 롯데케미칼이 전체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사업을 통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친환경 사업 매출 10조원 목표를 잡은 상태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신사업 발굴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사업은 수소, 배터리, 플라스틱사이클, 바이오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병행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친환경 목표인 ‘그린 프로미스(Green Promise) 2030’을 공표했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사업 강화 ▷자원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 과제를 선정,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증가 없는 탄소중립성장을 펼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