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성균관대 등 대학들 온라인 학위수여식 진행

코로나 탓 시간별로 학위복 대여도 제한

졸업생 “팬데믹으로 가족·지인 부르지 못하면서 미뤄”

“한번뿐인 인생…소중한 추억 남기려 해”

“졸업생 위한 학교 배려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

“졸업한 지 한참 됐습니다” 코로나로 뒤늦게 학사모 쓴 ‘OB졸업생’
이달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 교정에서 졸업생들이 학위수여식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발생한 이후 대학가는 이달까지 후기 학위수여식을 포함, 총 다섯 차례의 졸업 시즌을 보냈다. 올해로 3년차인 코로나19의 여파로, 졸업 사진을 아직 못 찍은 졸업생들이 늦게나마 캠퍼스로 돌아와 사진을 찍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중앙대 졸업생 박슬기(25·여) 씨는 졸업한 지 1년이 지난 이달에야 학사모를 쓸 수 있게 됐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졸업한 박씨는 1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난해 졸업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점차 심해지면서 가족, 지인 등 여러 사람들 부르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인생에 한번 뿐인 졸업식을 학위복 사진 하나 없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막상 여러 사람들 축하 받으면서 졸업하는 친구들 보니 조금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며 “이번 졸업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말 친한 친구들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뿌듯했다”고 기뻐했다.

역시 중앙대를 졸업한 직장인 김모(28) 씨. 김씨는 지난해 2월 학과 사무실에서 졸업장을 수령한 지 1년이 지난 다음달 초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대학 캠퍼스를 찾기로 했다. 그는 졸업 당시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탓에 차일피일 사진 촬영을 미뤄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코로나19가 도통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졸업 사진 촬영을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서른이 되기 전에는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모님을 설득했다”며 “다시 오는 순간이 아니기에 20대 마지막 추억을 남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화여대를 졸업한 김모(25·여) 씨도 졸업을 하고 두 달이 지난 같은 해 10월에 학위복을 개인적으로 빌려 사진을 찍었다. 당시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졸업 사진 촬영을 미룬 졸업생이 많아, 학교에 학위복을 신청하는 수요도 여전히 많았다. 김씨는 “졸업생들과 학부모들, 지인들로 캠퍼스가 붐빌 것을 생각하니 섣불리 학위복을 대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비교적 많지 않은 10월에 찍는 게 확진 걱정도 덜할 것 같아 친구들과 업체에서 학위복을 빌려서 사진을 찍었다”고 털어놨다.

“졸업한 지 한참 됐습니다” 코로나로 뒤늦게 학사모 쓴 ‘OB졸업생’
이달 16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202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같은 날 교정에서 졸업생들이 학교 측이 준비해 둔 포토존 앞에서 기념촬영을 찍고 있다. 김영철 기자

코로나19가 진행된 이후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대학들도 학위수여식을 취소 또는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학위복 대여량을 줄이는 등 대비하고 있다.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가나다순) 등 다수의 대학은 비대면 학위수여식을 진행했거나 치를 예정이다. 한국외대는 18일 예정된 학부 학위수여식을 아예 취소했다.

고려대는 교내에 졸업생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학위복 대여 기간을 과거에 비해 긴 10일로 늘리는 대신 학위복의 양을 인문대와 자연대에 각각 300벌과 200벌만 제공하기로 했다. 과거에 비해 대여 가능한 학위복의 양이 줄어든 것이다. 중앙대는 시간별로 한정된 벌수의 학위복만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에게 대여 신청을 받고 있다.

중앙대 졸업생 박씨는 “학위복 대여 대상이 아니라 직접 대여도 못하고 친구가 다 찍고 난 후 빌려서 찍어 조금 불편했다”며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입는 학위복 대여에 이렇게 학교에서 각박하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사정상 졸업 당시에 대여해서 못 찍는 사람들을 위해 졸업 시즌이 아니더라도 대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대가 코로나와 취업난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남기고 싶은 심리가 공존하고 있다고 봤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학과 단위로 동기들과 모여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젠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이 많아 분절화되는 모습”이라며 “그동안 20대가 코로나나 취업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다. (그럼에도)졸업은 이들에게 있어 인생의 중요한 지점이니, 자신의 멋있는 순간을 미디어를 통해 남기고 싶은 심리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