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노위 2차 회의 파업 ‘분수령’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자가 임금협상 조정에 들어가며 창사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오는 14일 열리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조정회의가 파업의 향방을 가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중노위는 삼성전자 임금협상 관련 노동쟁의 조정신청사건(중앙2022조정4)을 위한 1차 조정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노사 양측의 입장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4개 노동조합(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은 회사가 제시한 임금협상 최종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90.7%의 반대로 협상이 무산되고 4일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했다.
노조는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조정신청을 하면서 “더 이상 사측과의 교섭이 어렵다고 판단해 노동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의 판단을 받기 위해 조정을 신청하게 됐다”며 “이후 우리의 진행 방향은 회사의 교섭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노위는 조정 신청을 접수하면 10일 간의 조정기간을 갖고 회의를 열어 조정안을 노사 양측에 권고한다. 노사가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고 한 쪽이라도 거부하면 조정은 결렬된다. 오는 14일 열리는 2차 조정회의를 마치고 이후 본조정에서 도출된 조정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는 쟁의권을 갖고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중노위가 협의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행정지도로 사건을 처리해 추가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조정 기간은 노사 합의로 최대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만약 기간을 연장하고 최대 조정기간이 끝나면 노조의 결정에 따라 파업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난다. 조정 연장이 없을 경우 빠르면 다음주, 이달 말도 파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최대 조정기간을 감안하면 다음달 초도 예상 가능하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지 1년 여 만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전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전체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휴식권 보장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사측은 노사협의회와 협상한 임금 기본 인상폭(기본인상률 4.5%+성과인상률 3.0%) 외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사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측은 올해 임금인상률을 15.27%로 사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성과인상률까지 포함하면 전체 임금인상률은 20%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노사협의회는 사측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자율조직이다. 삼성전자는 직원의 과반수가 넘는 노조가 없어 투표로 직원을 대표할 근로자 위원을 선출하고 매년 임금인상률을 정했다.
한편 삼성그룹 12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도 올해 임금 10% 인상과 세전이익(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20%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와 함께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동조합연맹에 가입돼 있지만 연대와는 함께 활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임금교섭이 고착돼 중노위에 조정 신청이 들어간 상태로 연대체와 진행사항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올해 임금교섭은 연대체와 함께하지 못하지만 금속노련 산하에서 연대활동을 지속 함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