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키옥시아 공동 운영 공장에서 재료 오염문제
트렌드포스, 올해 2분기 낸드 5~10% 가량 상승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낸드 사업에는 긍정적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키옥시아가 공동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공장이 재료 오염 문제로 가동을 멈추면서, 전체 시장 공급량 감소로 낸드 플래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올해 낸드 플래시 가격 하락이 점쳐졌지만 새로운 변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WD와 키옥시아의 공장 재료 오염 문제의 여파로 인해 2분기 낸드 플래시 가격이 5~10% 가량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관이 기존에 제시했던 5~10% 수준 가격 하락 예측이 이번 사고로 인해 뒤집힌 것이다. 지난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낸드 플래시 가격은 올해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된 바 있다.
이 기관은 올해 1분기 낸드 플래시 가격 역시 8~13%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번 사고로 인해 5~10% 수준으로 가격 하락 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외신 등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시와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에 위치한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부자재에 불순물이 혼입되면서 완제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차원(3D) 플래시 메모리 생산에 투입된 설비의 일부가 멈춰 섰다. 2차원 낸드 플래시 생산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반도체는 나노(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단위의 회로폭으로 구성돼 있어 불순물이 들어가면 바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키옥시아와 합작으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WD는 이번 생산정지에 따른 영향에 대해 기억용량 기준으로 “6.5엑사바이트(1엑사바이트는 10억기가바이트) 가량 감소한다“고 공표했다. 공장 정상화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WD와 키옥시아는 PC 클라이언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eMMC) 제품을 공급 중이다. 트렌드포스 측은 WD는 클라이언트 SSD 시장과 eMMC 시장에서 각각 2위와 1위를 하는 공급업체이기 때문에 후속 공급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상당한 물량이 불량 공정에 이미 노출됐고 최악의 경우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오염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폭이 현재 공개된 물량보다 향후 더 커질 수 있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월과 3월에 웨이퍼 견적 산출과 관련해 즉각적인 가격 인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사태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판매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수혜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세계 낸드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관련 실적 기여분이 커진 SK하이닉스에겐 호재라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낸드 시장 1위는 삼성전자(34.5%), 2위는 일본 키옥시아(19.3%), 4위는 WD(13.2%)이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단순 계산할 때 현재 3위(점유율 13.5%)에서 2위로 도약하게 될 전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설령 일시적인 이벤트일지라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입장에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