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에서 인기인 모찌 아이스크림
백화점·대형 마트·편의점 등에서 수요 높아져
냉동 디저트의 인기· 새로운 맛· 끈적임 덜한 떡 등이 인기 요인
‘달콤함의 퓨전’ 트렌드 이어질 전망
“한국의 떡, 새로운 수출 전략 필요”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세계를 정복한 퓨전 음식의 상징이다”(프랑스 요리 월간지 퀴진악투엘, Cuisine Actuelle).
미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이같이 극찬한 음식은 바로 일본의 모찌 아이스크림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모찌 앓이’라는 표현이 나올정도로 디저트 시장에서 열풍을 몰고 있다.
모찌 전용 냉동고 등장 · 유행 되버린 ‘모찌 아이스크림’ 후기 작성
쿼진악투엘과 레제코(les echos) 등 프랑스 매체들은 모찌 아이스크림 열풍을 보도하면서 대표 브랜드인 리틀문(Little Moon)과 엑스키모찌(Exaquis Mochi)등의 인기를 소개했다. 영국 매체(The Grocer, besean 등) 또한 올해 초부터 유통업체 테스코 등에서 관련 제품의 판매가 급상승했으며, 신선식품매장 아마존프레시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TikTok)에서 리틀문 제품을 구입한 한 현지인의 동영상은 3100만 이상의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리틀문의 공동설립자 하워드왕(Howard Wong)은 현지 매체를 통해 “락다운(봉쇄령)이 기회로 작용했다”며 “슈퍼마켓에 가는 일 외에는 즐거움이 거의 없는 소비자에게 독특한 모찌 제품은 흥미를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처럼 모찌 아이스크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이후 유럽인들에게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올해 초에는 유럽 내 편의점(Franprix)에 모찌 아이스크림전용 냉동고까지 등장했으며, SNS에서는 모찌 아이스크림 후기 작성이 유행처럼 번졌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 인공지능(AI) 기반 식품 리서치업체인 테이스트와이즈(Tastewise)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2년 트렌드 식품중 하나로 모찌를 선정하면서 “일본의 달콤한 디저트인 모찌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했다. 테이스트와이즈 조사 결과, 미국 슈퍼마켓 냉동 카테고리에서 올해 모찌 판매는 지난 2019년에 비해 79% 상승했다.
‘새로운 달콤함’ 트렌드…끈적임 없는 식감 · 다양한 맛과 색감 · 냉동보관
테이스트와이즈는 보고서에서 맛 트렌드로 ‘달콤함의 퓨전’을 언급했다. ‘쫄깃한 단 맛’이나 ‘매운 꿀 맛’처럼 새로운 달콤함이 트렌드를 이끈다는 분석이다. 모찌 아이스크림의 경우, 서구에선 낯선 떡의 쫄깃함과 달콤함이 결합되어 ‘새로운 단 맛’이라는 요인을 충족하는 셈이다.
사실 쫄깃한 식감은 서구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식감이었다. 유난히 끈적거리고 쫄깃한 떡이 그동안 해외에서 인기가 없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모찌 아이스크림은 쫄깃한 식감이 겉에만 살짝 들어가고 안에는 아이스크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이에 대한 부담이 적다. 손에 묻는 끈적거림도 떡에 비해 덜하다.
MZ세대(1980~2000년대생) 취향도 인기 요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문경선 식품&영양 부문 총괄 연구원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재미있는 음식을 찾는 서구권 MZ 세대에게 모찌가 모양, 식감, 다양한 종류의 맛에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19확산 후 ‘냉동 간식’의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재택생활로 인한 무료함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이들이 장기보관이 가능한 냉동 간식의 구입을 늘린 것이다. 특히 모찌 아이스크림처럼 해동을 하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는 냉동 디저트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냉동고에서 갓 꺼내도 딱딱하지 않으며, 하나씩 꺼내 먹기에도 간편하다.
모찌와 같은 한국 찹쌀떡은?
이같은 인기에 최근에는 아이스크림 없이 고유의 ‘모찌’를 찾는 유럽인도 늘고 있다. 이쯤되면 떠오르는 대상이 있다. 모찌와 비슷한 한국의 찹쌀떡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찹쌀떡은 팥 앙금을 찹쌀 떡으로 감싼 ‘일본식 과자’라고 적혀있다. 즉 기원은 일본이다. ‘한국의 떡·한과·음청류’, ‘한국의 전통음식(윤숙자, 지구문화사)’ 문헌에 따르면 찹쌀떡은 일본에서 즐겨먹던 다이후쿠모치 떡에서 유래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모찌 대신 찹쌀로 만든 떡이라는 의미로 찹쌀떡이라 불렀다.
서구에서는 ‘모찌’가 유행이지만 한국의 떡 수출도 기대해 볼만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떡류 수출액은 5380만 달러(한화 약 638억 원)로 전년 대비 56.7%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리지사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한식당을 중심으로 호떡, 찹쌀떡 등이 끈적임이 없는 형태로 서비스 되면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으며, 간편한 냉동 제품을 통해서도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흑임자 디저트, 홍시 스무디 등 퓨전 디저트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떡의 경우 서구에서 민감성이 높은 글루텐(Gluten, 밀 등 곡류에 들어 있는 불용성 단백질) 성분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키워드이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떡케이크 같은 간식류는 서구권에서 아예 없었기 때문에 ‘글루텐프리’를 통한 접근은 현지인에게 다가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쌀로 만든 간식은 서구권에서 건강식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떡의 건강(기능)상 장점 등을 적극 홍보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