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역대 최대 규모 4조원대 천궁-II 수주
호주·이집트 자주포 획득사업 협상 중
2025년까지 30조~40조원대 수출 기대감
‘가성비’ 수요 형성·정부 수출 독려 영향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한국 방위산업이 4조원대 역대 최대 규모 수주를 앞둔 데 이어 이후로도 대규모 수주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수출 독려와 함께 ‘가성비’ 무기 체계를 찾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등이 개발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천궁-II(M-SAM)’이 아랍에미리트와 4조원대 계약 체결 마무리 단계다.
계약 체결이 임박한 수주들이 남아 있어 내년 초까지 ‘K-방산’은 총 8조원 규모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Land 8114 자주포 획득사업을 단독 협상 중으로, 계약 체결만을 남겨둔 단계로 알려졌다. 또한 한화디펜스는 2조원대 이집트 자주포 현지 생산에도 단독 협상 중이고, 한국항공우주(KAI)도 말레이시아 MIG-29 교체사업 관련 1조1000억원대 전투기 FA-50 수출을 협상하고 있다.
현재 뛰어든 수출을 모두 따낼 경우 오는 2025년까지 최대 30조~40조원대 수주가 가능하다는 예상도 따른다. 미국의 공군과 해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 KAI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협력해 T-50을 28대가량, 최대 4조원 규모로 수출하는 계약에 뛰어들었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영국 자주포 획득사업에도 한화디펜스가 협상 중이다
‘K-방산’의 수주 상승세는 세계적으로도 두드러진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6일 발표한 2020년 업계 100대 방위기업에 한국 기업 4곳이 포함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100대 기업의 무기 판매가 전년 대비 1.3% 증가했는데 한국 기업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지난 10월 분석한 자료에서도 지난 2002년부터 2018년 사이 한국 방산기업들의 매출액은 17억달러에서 52억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도 7.2%로, 러시아(13.9%)에 이어 2위였다.
K-방산이 최근 이토록 잘나가는 데에는 정부의 수출 독려가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 GFP 세계군사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유럽 주요국을 제치고 글로벌 6위의 국방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K-9 자주포 성능 개량과 155㎜ 사거리연장탄 개발, 지대공유도무기 개발 등 화력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주요 국가들의 최첨단 고가 무기 체계 일변도였던 세계 시장에서 웬만큼 전력을 유지하면서도 구입과 유지·보수 등에 적당한 가격대를 갖춘 무기를 찾는 시장이 형성된 영향도 한몫했다. 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최첨단 전력을 유지할 필요 없는 수요에 한국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K-방산이 경쟁력을 갖춰가는 상황이지만 지금보다기술을 선도할 수 있어야 이 같은 수출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10월 한국 방위산업 경쟁력 변화 비교 분석을 통해 “핵심 국방기술을 키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축적된 연구·개발(R&D)이 필요한데 한국은 정부 국방비 R&D 예산 비중이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순위 및 국방 R&D 예산 비중을 보면 한국은 2008년 11위에서 2018년 9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다만 같은 기간 정부 R&D 예산 대비 국방 R&D 비중은 2000년 20.5%에서 2020년 16.3%로, 다소 하락했다. OECD 평균인 21.2%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재우 건국대 항공우주설계·인증연구소장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방위산업은 걸음마 단계”라며 “국내 방산 수요만 가지고 수익을 내거나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수출 활성화를 위해 기술 개발 등에 혁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