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력에도
1% 초과 지분 확보 어려워
거래소 업계 “지분확보 의미有”
[헤럴드경제=박자연·서정은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우리금융지주 신규 주주로 합류할 전망이다. 두나무는 입찰 업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으나, 비가격적 요소에서 밀려 1% 지분을 확보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자금력에도 ‘출신성분’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본입찰’ 결과를 22일 오후 발표한다. 입찰 대상은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15.13%) 중 10%다. 두나무, 우리사주조합,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투자금융지주, 호반건설 등이 입찰 제안서를 낸 가운데 유진PE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인 4%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서 가장 공격적인 베팅을 한 곳은 두나무다. 두나무는 막강한 자금력, 인수 의지를 기반으로 후보자 중 가장 높은 가격인 1만4000원 이상을 써냈다는 후문이다.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 손익분기점은 1만2000원, 입찰 마감일인 18일 우리금융지주 종가는 1만3500원이다. 두나무는 올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으로 1조8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두나무는 충분한 실탄에도 지분 1%를 가져가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배경에는 공자위 측에서 두나무의 빠른 제도권 진입에 거부감을 나타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4%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찌감치 두나무에 1% 이상 지분을 가져갈 수 없다는 의중을 공자위에서 드러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 흥행이 성공하다보니 공자위 측에서 신생사인 두나무보다 비가격 요소에 초점을 두고 지분 매각을 결정할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나무가 출신성분의 벽에 부딪혔지만, 가상자산거래소 업계에서는 은행 지분을 갖게된 두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그간 실명계좌 확보 등 이슈로 은행의 ‘을’처럼 여겨진 거래소가 마침내 은행 주주가 된 것이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1%를 가진 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은행 지분을 가진 거래소가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업비트가 지금은 케이뱅크와만 거래하고 있지만 추후 우리은행을 포함해 복수 은행을 가질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한편 두나무는 금융 분야 뿐만 아니라 엔터, IT 등 신사업과 관련해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올 7월에는 JYP엔터테이먼트 최대주주이자 대표 프로듀서인 가수 박진영의 지분 2.5%를 365억원에 인수하는 블록딜을 진행했고 9월에는 메타버스 스타트업인 테누토를 흡수합병했다. 10월에는 엔터테이먼트사 하이브와 지분교환 형식으로 7000억원 상당의 하이브 지분 5.6%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