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재정확대 파상공세…최대 25.9조원 증액 요구

버티는 기재부 '헌법 57조' 규정 '거부권' 행사할까

정치권 예산 확대요구에 완강히 버티는 홍남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예산 확대를 통한 방역지원금 등의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여당과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가운데 여당 요구에 정부가 완강히 버티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더불어민주당이 1~2조원 수준의 증액을 요구하던 예년과 달리 최대 25조9000억원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예산 심사권은 국회가 가지고 있지만 편성권은 정부에 있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 정부는 민주당 요구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16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예산안조정소위를 열어 증액·감액 심사에 착수한다. 예산안조정소위는 상임위원회별 증액·감액 의견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예산안 수치를 가감하는 관문이다. 여야는 앞서 이달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공약 관련 예산을 관철하려는 민주당에 대해 야당은 물론 정부 역시 반대하고 있어 법정기한(12월2일)내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방역 사업을 소관하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공약한 ‘전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전국민 재난지원금)’ 예산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에 50만원씩 지급하는 25조9000억원 증액안부터 25만원씩 지급하는 10조1000억원 증액안, 20만원씩 지급하는 10조3000억원 증액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여당 측 증액 요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통상 예산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기존 정부가 편성한 사업을 증액하거나 감액해 결정된다. 지금까진 증액하더라도 정부 제출안보다 1조~2조원 가량 불어나는 수준이었다.

특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당 증액안에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전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재정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며 “국가재정법안(재정준칙 도입) 재개정도 꼭 마무리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여당과의 충돌에서 끝내 매번 한 발 물러서던 홍 부총리가 강경하게 나오자 이번에는 정부가 ‘증액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여당 증액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나랏빚’ 때문이다. 이미 내년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에 따르면 나랏빚은 내년 1072조6000억원에서 8년 뒤인 2029년에는 2000조원까지 늘어난다. 올해 17조9000억원 수준인 이자 지출은 2029년에는 34조원, 2030년엔 36조4000억원으로 급증한다.

한편, 우리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費目, 비용 명세)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탓에 정치권은 홍 부총리에 대한 연일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서울 종로구의 지역화폐·골목상권 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방문해 “홍남기 부총리가 현장을 보시면 만행에 가까운 예산 편성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