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TC ‘안전 여행 스탬프’ 인증 획득

치유의 물 솟아나는 ‘카를로비 바리’

예술을 강물처럼 ‘알폰소 무하’의 만남

산소통같은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

숨은 여행지 알리고 손쉬운 여행루트도

문명·자연·예술 ‘공존의 신세계’ 뉴노멀 체코 [함영훈의 멋·맛·쉼]
젓가락 주상절리 판스카
문명·자연·예술 ‘공존의 신세계’ 뉴노멀 체코 [함영훈의 멋·맛·쉼]
카를로비 바리 온천수의 자연용솟음 혈(穴)
문명·자연·예술 ‘공존의 신세계’ 뉴노멀 체코 [함영훈의 멋·맛·쉼]
신성로마제국의 수도 프라하가 역사문화 뿐 만 아니라 청정자연, 예술, 먹방 등 뉴노멀 시대에 맞는 매력들을 확장시키고 있다.
문명·자연·예술 ‘공존의 신세계’ 뉴노멀 체코 [함영훈의 멋·맛·쉼]
블타바강의 백조
문명·자연·예술 ‘공존의 신세계’ 뉴노멀 체코 [함영훈의 멋·맛·쉼]
알폰소 무하의 ‘모라비아 여인’
문명·자연·예술 ‘공존의 신세계’ 뉴노멀 체코 [함영훈의 멋·맛·쉼]
티니안 크리스탈 왕관
문명·자연·예술 ‘공존의 신세계’ 뉴노멀 체코 [함영훈의 멋·맛·쉼]
세계의 모든 음식, 마니파스토 포차거리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친구들 모여, 옥 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죽마고우 재회하듯, 여행이 시작됐다. 달라진 ‘뉴노멀’로. 신성로마제국의 중심, 보헤미안-모라비안들이 게르만·슬라브·훈족의 문화를 잘 조화시킨 유럽의 십자로, 체코가 한국민에게도 친숙한 체코 음악영웅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2악장 주제곡 ‘내 고향으로’처럼, 위드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맘 푸근하고 지속가능한 여행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

유럽 한복판, 문명교류의 중심지 답게, 육회, 족발, 돈까스 닮은 음식이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

▶WTTC 안전인증, 믿고가는 체코=프라하, 브르노 등 기존의 스테디셀러에다, 감염병 치유, 방어프로그램 등을 가동해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오른 카를로비 바리 트라이앵글, 스왈로브스키 가문의 본거지 리베레츠주 클리스탈 밸리 진주유리 공예체험을 앞세워 매력을 더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십미터 수천개 젓가락 주상절리로 신비감을 자아내는 판스카, 슈마바산, 보헤미안 스위스공원의 청정생태, 유럽최고의 하회마을 체스키크룸로프 제2전망대, 크라토흐빌레 성채,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노리는 다칸 프란체스코 수도원 등 뉴노멀 숨은 건강여행지를 적극 알리고 손쉬운 여행루트를 개척해 두었다.

체코는 최근 세계 관광 여행 협회(WTTC)가 건강 및 위생 분야에서 탁월한 체계를 갖춘 곳에 수여하는 국제 인증, ‘안전 여행 스탬프’를 획득했다. 믿고 가는 증표인 셈이다.

지속가능한 체코여행의 선봉엔 흑사병 조차 범접하지 못했던 도시, 카를로비 바리가 섰다. 카를4세 황제가 온천을 개척한 이후, 드보르작과 피요트르대제, 마리아테리지아 여제, 바흐, 쾨테 등이 건강을 위해 단골로 찾고,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카지노 로얄’ 등이 촬영된 곳이다.

프라하에서 차로 1시간30분 달려 도착했을 때, 해는 지고, 긴 온천수 개천 테플라가 건강빌리지의 불빛을 ‘별이 빛나는 밤에’ 풍경 처럼 담고 있었다.

▶흑사병도 범접 못한 카를로비 바리=카를4세의 사냥 때 사슴을 쫓던 충견이 온천수와 함께 사라져 이곳엔 사슴과 개에 대한 전설, 그림도 많다. 전설의 성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이곳에서 치유의 물이 솟아나자, 1522년 첫 귀족대상 상업용 온천테라피 시설이 생기면서 번성의 길을 걸었다.

번성의 가장 큰 비결은 가장 직접적인 건강효과, 즉 마시는 온천 시설 콜로나다 3개를 성스러운 신전 처럼 멋지게 지어 무료 개방하는 등 15곳의 민간, 공공시설에서 건강온천수를 음용토록했다는 점이다. 한번에 200㎖를 5분간 나눠마시고, 하루 총 1.2ℓ 정도면 좋다고 의료진들은 말한다. 이곳 사람들은 온천물로 빚은 약이었다가 약주로 바뀐 베헤로프카를 16번째 온천수라 칭하기도 한다.

뜨르즈니 콜로나다는 카를4세 황제와 충견, 이들이 쫓던 사슴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걸어두고 있으며, 회랑을 숲-나무 문양으로 장식해 황제가 온천수를 발견했을 당시 사냥터인 숲을 형상화했다.

이 도시 한복판에 있는 드보르작공원 경내에도 고대 회랑처럼 지은 콜로나다가 있다. 뭐든 조르면 다해줄 것처럼 생긴 드보르작 동상 앞에는 어린아이들이 할아버지댁 마당에서 노는 것처럼 정겨운 표정이다.

약이나 다름없는 따뜻한 온천수가 이(齒)에 닿지 않고 바로 목넘김 하도록, 납작하게 흡입용 주전자꼭지를 달아 만든 머그컵을 ‘라젠스키 포하레크’라고 하는데, 이제 예술도예의 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바로크~아르누보, 건축미도 한 몫=건축미도 함께 한다. 바로크양식, 르네상스양식의 건축물, 예술을 시민생활에 투영시켰던 아르누보 풍의 건물도 있다.

‘예술가들 만의 리그’를 해체하고 필부필부 집의 발코니, 주방, 지폐, 거리의 공연포스터에 까지, 예술을 강물처럼 흐르도록 만든 아르누보 선구자 알폰스 무하(1860~1939)는 체코 사람이다. 그는 우리동네 인사성 밝은 소녀 같은 모라비안 여인의 순수미가 파리 여인의 화려함 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유럽인들의 반향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건강은 문명을 만나 더욱 업드레이드된다. 007촬영지 ‘푸프’를 서쪽 아래로 내려다 보는 산기슭 궁전 임페리얼호텔은 청정자연의 에너지를 의학으로 승화시킨다. 이곳 온천수의 의학적 연구개발 역사는 근현대사 만큼 길다.

앙겔라 플랑코바 원장의사를 중심으로 의료진은 산소집중치료인 옥시게놈테라피, 공처럼 생긴 장비와 물리치료를 겸비한 피지오, 산소창고 챔버 속에서 전신 정화를 통해 순환계,이명, 폐 치료와 뇌졸중 예방까지 도모하는 히퍼바리츠카 코로마, 온천증기를 활용하는 호흡기 치료테라피를 한다. 이때 온천수는 입욕, 음용, 증기 등 형태로 테라피를 돕는다.

북마리아나제도 티니안 섬의 블로우홀처럼 물이 솟구치는 곳, 용솟음 온천홀 브르지들로(Vřídlo)는 카를로비 바리의 랜드마크이다. 지하 2㎞ 지점을 시원으로 자연펌핑하는데, 1분에 2000ℓ를 뿜어낸다.

쏟아지고 난뒤 떨어져 고인 물에 맨손을 대면 “앗뜨”하면서 1초도 담그기 어려운데, 섭씨 70도는 되는 것 같다. 뿜어져 나올 때엔 이 보다도 뜨거웠을 것이다. 콜로나다 여러 곳 중 가장 뜨거운 음용수의 온도가 71도쯤 되는데, 대체로 마시기에 큰 부담이 없는 40~50도이고, 분출 지역에 따라 20도 수준인 곳도 있다.

▶남태평양 티니안, 서울스카이와도 인연 크리스탈밸리=티니안 족장의 뿔처럼 생긴 왕관,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물질하는 해녀’ 작품, 합스부르크 쉔부른궁과 터키 돌마바흐체궁의 아름다운 샹들리에까지 공급한 리베레츠주(州)의 크리스털 밸리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청정자연과 전통기술을 함께 계승발전시키고 여행자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체코형 지속가능관광의 모범이다.

이 밸리에선 팔뚝 걷어부친 장인들의 유리예술 과정을 통유리창으로 관전하며 체코 전통음식을 즐기다 유리불기 체험도 하는 ‘노보트니 유리스튜디오’, 크리스탈 작품으로 정원을 가꾸고 방치되던 성당을 크리스탈 성물로 단장하며 귀중한 제단유물(1860년 제작)을 발굴해 3000개 크리스탈로 빛나게 한 파치넥 마을을 만난다. 또 서울스카이 거대 ‘해녀’ 유리작품도 만들어준 라스빗, 예술의 대중화 즉 생활크리스탈예술제품을 보급하는 프레시오사 등도 있다.

크리스탈 명작들이 실내외에 설치되고, 보헤미안 풍의 가옥들이 개성있는 색감으로 도열한 마을 풍경 역시 참 아름다운 곳이다. 고향인 크리스탈밸리의 온고지신 정신을 온몸으로 체화한 스왈로브스키는 유럽과 미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매료시키고 있다.

▶유럽한복판 산소통 숨겨진 보석들=원래 건강하고 아름다웠던 생태농장여행지는 이제야 수줍게 손을 내민다. 제2도시 브르노 남쪽 남모라비아지방 미쿨로프의 와인& 자전거 하이킹 농장 노비 프르제로프, 해발 860m 고도 슈마바 자연보호지역의 방목농장 모슈나가 대표적이다. 3만7000㎞ 체코 전역 자전거하이킹 코스 곳곳에 이런 건강 보석들이 박혀 있다.

크리스탈 밸리에서 카를로비 바리로 가다가 약간 북서쪽에 있는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은 역사와 낭만의 수도 프라하에 가려져 있던 유럽 한복판 산소통의 면모를 뉴노멀 시대 드러내기 시작한다.

2021년 가을의 체코는 이미 가진 것을 기반으로 뉴노멀의 큰 물길이 깊고 멀리 흐르도록 닦고, 매만지고 있는데, 카를교 중심이던 여행자들로선 동공이 크게 확장되면서 가히 신세계를 보는 듯 하다.

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