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외인 선물 매도

정부 대출규제 강화도 큰 영향

환율 안정에도 국채금리 급등한 이유는

12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로 안정됐지만 국채 금리 상승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와 함께 정부의 대출규제가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국(국내총생산 기준)의 지난 한 달 간 국채(10년만기) 금리 상승폭을 보면 우리나라가 29bp(1bp=0.01%포인트)로 가장 크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은 각각 18bp, 10bp씩 올랐고 독일과 일본도 11bp, 4bp 오르는데 그쳤다.

환율 하락은 헝다(恒大)그룹 사태로 흔들렸던 중국 위안화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는 미국채 금리 상승과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인플레이션 우려, 채권 포지션 조정을 위한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일부 금융기관들의 채권 청산 등이 복합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은은 내달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 초 연속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외국인은 3년국채 선물 13조6000억원어치(순매도)를 팔아치웠고, 10년 국채 선물은 5조6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에는 외국인 선물 순매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거 금리인상 사이클에 외국인의 일방향 매매가 강화되었던 점을 감안, 내년 초까지 외국인의 선물 매매 동향 영향력이 크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대형 은행에서의 대출 한도 소진이 상호 금융기관 등 일부 금융기관의 대출 수요를 급증시켰고 이들 기관 중에는 높은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을 매도하는 기관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3~4차례 더 이어진다 해도 현재의 금리 수준은 이를 상당부분 선반영하고 있어 내달 채권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