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운 아프간인 싣고 26일 한국 향해
공중급유는 물론 인력·화물 수송 운반까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Cygnus)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최근 중요한 순간마다 시그너스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시그너스는 26일 과거 한국 정부의 활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놓인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을 싣고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외국인 국내 이송을 위한 ‘미라클 작전’의 또 다른 주역인 셈이다.
애초 정부는 아프간 정세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이달 초 외국 민간 전세기를 활용하려던 구상이었지만 현지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시그너스 1대와 C-130J 수송기 2대를 급파하게 됐다.
지난 23일 새벽 1시 한국을 출발한 시그너스는 11시간에 걸쳐 9000㎞ 이상을 중간급유 없이 날아가 아프간 카불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이후 한국 입국 예정인 391명의 아프간인들은 C-130J에 탑승해 카불을 벗어났고 이날 한국을 향하는 시그너스에 몸을 실었다. 시그너스가 공중급유기로서 ‘하늘의 주유소’ 역할뿐만 아니라 동체 폭이 넓어 인력과 화물 수송, 환자 후송, 여객 운반 등 다목적 용도로 활용 가능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시그너스의 최근 활약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그너스는 청산리·봉오동 전투 101년, 서거 78년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봉환해 올 때도 투입됐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코로나19)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을 후송해온 ‘오아시스 작전’을 위해 아프리카로 향한 것도 시그너스였다.
앞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봉환을 비롯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된 이라크 파견 근로자 귀국, 아랍에미리트(UAE) 파견 아크 부대 교대, 미국의 얀센 백신 수송, 연합공중훈련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때도 시그너스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공군 장병 공모로 결정된 시그너스는 ‘백조자리’라는 뜻으로 공중급유기가 뒤따르는 전투기들에 급유하는 모습이 백조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과 닯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20여개국에 1700여대가 판매돼 1400대 이상이 운항중인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200을 개조한 A330 MRTT를 모체로 전장 59m, 전폭 60m, 최대 탑재 연료량 108t, 비행거리 1만5320㎞에 달한다. 4시간 체공시 F-15K 10대, KF-16 21대에 공중급유가 가능하다.
한국 공군은 지난 2019년 1월 전력화했으며 총 4대를 운용중이다. 공군은 애초 시그너스를 공중급유기로 불렀으나 작년 서욱 국방부 장관의 한미 안보협의회의 출장 때 ‘자가용’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로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