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낙찰’ 위험 커진 경매시장 주의해야

매매시세 수준 낙찰가 속출…집값 안오르면 손해볼 수도

“분위기 휩싸인 무리한 입찰 주의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평균 110%를 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건 주의할 점도 많다는 뜻이다.

아파트 등 경매에 나오는 물건의 감정가는 짧으면 4개월, 길면 1년 전 감정평가사가 주변 시세, 실거래 사례 등을 고려해 책정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6월 기준 119%라는 건 감정평가사가 판단한 적정 가격보다 평균 19% 높은 가격에 매각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도 감정가의 80%대 낙찰이 일반적이었던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하면 지금 시장이 얼마나 과열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선 자칫 매매시장보다 비싸게 낙찰받는 ‘고가낙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경매는 기본적으로 매매시장에서 바로 사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경락잔금대출(경매 낙찰을 받은 후 받는 대출) 이자는 높은 편이다. 시중은행에서 경매 대출을 잘 취급하지 않아 비싼 금리로 제 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임차인 등 권리관계 상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을 빼내는 ‘명도’ 과정에서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사비를 지급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밀린 아파트 관리비를 대신 내줘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권리분석을 잘못해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떠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요즘처럼 과열된 경매 시장에서 낙찰받는 것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자칫 너무 높은 가격에 입찰할 수 있다”며 “경매 낙찰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고려한 이후, 매매시장 보다 싸다는 판단이 서야 합리적으로 입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매시세 수준 낙찰가 속출…” 불장 경매 ‘고가낙찰 주의보’ [부동산360]
지난달 2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경매법정 외부에 마련된 임시 대기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경매 참가자들의 모습. 코로나19 사태 이후 법원에 응찰자가 밀집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임시 대기소를 운영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경매시장에서 분위기에 휩싸여 낭패를 보는 흔한 경우가 ‘나홀로’ 입찰이다. 경쟁자가 없어 감정가 수준에만 입찰해도 낙찰 받을 수 있는 데 너무 높게 응찰한 경우다. 예컨대 지난 6월17일 경매가 진행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 A아파트 전용면적 65㎡ 입찰엔 1명만 응찰했는데, 감정가(3억원) 보다 7900만원이나 높은 3억7900만원에 낙찰됐다.

여럿이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도 2위와 격차가 너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역시 시세 판단을 잘못해 다른 경쟁자들 보다 너무 무리해 입찰한 경우다.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법에 나온 강북구 미아동 B아파트 전용 164㎡ 경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4억300만원)보다 무려 2억원이나 높은 6억300만원에 낙찰됐다. 모두 5명이 입찰했는데, 두 번째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은 4억5300만원을 입찰가로 냈다. 낙찰자와 2위 격차가 1억5000만원이나 난다. 2위와 비교해 단 1원만 비싸게 응찰해도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차이가 나면 낙찰 받았어도 손해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무리한 입찰을 피하려면 해당 물건이 매매시장에서 어느 정도 시세에 거래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기본”이라며 “각종 포털과 부동산 빅데이터 앱 등을 통해 시세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값 상승기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경매에서도 무리하게 시세 수준으로 입찰하는 경우가 많은 데 위험하다”며 “경매는 권리분석 등 보이지 않은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비용을 들이더라도 경매 전문 매체에서 제공하는 권리분석 자료 등 유료 정보, 전문가의 확인 절차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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