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공장·토지 등 역대 최고 낙찰가율
주택시장 규제가 불러온 ‘풍선효과’
경매물건수는 역대 가장 적어
“경매시장도 ‘희소성의 경제’ 작동”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법 경매 4계. 감정가 4억5000만원인 강동구 성내동 ‘성내1차이편한세상’ 84㎡(이하 전용면적)가 경매에 나오자 분위기가 술렁였다. 응찰자는 무려 72명. 치열한 입찰 경쟁 끝내 10억3720만원에 입찰한 이모 씨가 새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두 배 이상인 230%나 됐다.
부동산 경매가 역대 가장 뜨겁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피스텔, 공장(지식산업센터), 토지 등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웬만한 경매 물건의 낙찰가는 기존 매매시장의 시세와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112.9%로 역대 가장 높았다. 수도권에서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19%로 역시 조사 이래 가장 높다. 주거 대체시설로 주목받는 서울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99.8%로 100%에 육박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낙찰가율이 100% 이상이라는 건 평균적으로 감정가 보다 비싸게 매각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매매시장에서 집값이 폭등하면서 감정평가사가 책정한 적정 가격보다 높게 입찰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 응찰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수도권 공장(지식산업센터 포함)도 낙찰가율이 98.6%를 기록했다. 2003년 7월(103%) 이후 가장 높다. 토지도 인기를 누린다. 4월(84.1%)부터 5월(83.8%), 6월(81.6%)까지 3달 연속 80%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60~70% 수준의 낙찰가율을 보이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르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토지, 공장 등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건 ‘주택시장 규제 효과’로 봐야 한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건 최근 법원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역대 가장 적다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1~6월)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 물건은 모두 253건에 불과하다. 월평균 42건 정도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휴정이 많았던 지난해(월평균 55건) 보다도 적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서울 아파트 월평균 물건 수는 주택시장 침체기인 2013년엔 690건이나 됐고,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2014년(458건) 이후 계속 감소했다. 매매시장이 활발하면 채권자가 담보로 잡은 물건을 굳이 경매로 넘기지 않기 때문에 경매 물건이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월평균 117건을 기록했고, 2018년(79건) 이후 100건 밑으로 떨어졌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버틸 여력이 있는 채무자가 많아 진 것도 경매 물건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거래량은 줄었는데 한번 거래가 성사되면 신고가를 기록하는 매매시장처럼 경매시장에서도 진행 물건은 별로 없는데, 낙찰만 되면 감정가보다 비싼 사례가 속출하는 ‘희소성의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규제로 인한 매물감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 등이 경매시장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