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장관, 13일만에 또 주요 지휘관회의 소집
잇단 부실급식 논란에 불량 베레모·운동복 지급까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군 장병들에게 수년 간 수십만개에 이르는 불량 베레모와 운동복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장병에게 열악한 시설 제공과 끊이지 않는 부실급식 논란에 이어 군 장병들의 기본적인 의식주에서 모두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軍 불량피복 납품업체 무작위 조사 방침=국방부는 불량 피복류 납품과 관련해 정부 기관과 합동으로 납품업체에 대한 무작위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 조사본부 등 관계기관들과 합동으로 피복류 납품업체에 대한 무작위 정기 및 불시 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이 최근 군에 납품된 피복류 6개 품목·1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베레모와 육군 춘추운동복·하운동복 등 3개 품목을 납품한 8개 업체가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업체가 지난 5년간 군에 납품한 규모는 총 81만여벌, 182억원어치에 달한다.
부 대변인은 “지난 3월 하운동복 불량이 발견돼 기품원에서 조사 품목을 확대해 검사한 결과”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문제가 드러난 8개 업체 중 1곳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나머지 7개 업체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이 남아 일단 시정조치를 취했다.
기품원 추가 정밀분석 등을 통해 위법성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를 비롯한 추가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계약기간이 남은 업체들이 계속해서 장병들에게 불량 피복류를 납품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생산품질 보증을 더 밀착 확인하겠다”며 “해당업체에 대한 제재는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절차 등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다’ 등을 통한 부실급식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예하 부대 격리 장병은 지난 10일 점심 배식과 이날 점심 배식 사진을 올리며 식단에 명시된 반찬과 국이 나오지 않거나 정량배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 장병은 “무슨 두 살짜리 아이 밥 먹이는 것도 아니고…저희 격리 장병들에게는 국방부의 지침이 닿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軍, 육·해·공군·해병대 아우른 정책홍보·공보회의=이런 가운데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육·해·공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한 군단장, 함대사령관 이상 지휘관 등을 화상으로 소집해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한다.
부 대변인은 “회의는 코로나19 방역과 격리 장병 생활 여건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라며 “지침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앞서 지난달 26일과 지난 7일에도 부실급식 논란 등과 관련해 주요 지휘관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서 장관이 2주도 안돼 다시 주요 지휘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잇달아 강도 높은 ‘정량·균형 배식’ 지시를 내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먹혀들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격리 장병들의 폭로와 달리 정상적인 배식이 이뤄진 것처럼 사실상 허위보고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날 회의와 관련 “지난 7일 격리 장병 생활여건 보장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이행실태 중간점검과 최근 군 내 집단감염 발생에 따른 방역실태점검 차원에서 지난 주부터 계획했다”면서 “앞으로도 종합대책에 대한 내실 있고 구체적인 이행상태를 점검하는 회의를 정례화함으로써 격리장병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 관심을 갖고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같은 날 이두희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부 대변인 주관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방사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홍보·공보 통합 실무단 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날 회의는 이전과 달리 육·해·공군과 해병대 관계자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최근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TF 구성 등 홍보 및 공보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조차 장병들의 부실급식과 불량피복 사태의 본질이 홍보·공보 탓이 아닌데 변죽만 울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