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페이백(pay back)은 잡지만 현금 완납은 방법이 없다.’
이동통신 관계자가 말한 불법 보조금 단속의 사각지대다. 정부가 아이폰6 대란에 분노해 일선 대리점과 판매상들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지만, 적발 가능한 ‘불법 보조금’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사전 차단에 실패한 단통법이 사후 단속에서도 또 다시 헛점을 드러낸 셈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주말 소위 ‘아이폰6 대란’을 주도했던 일부 대형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주말 사이 아이폰6를 판매한 계약서를 모두 점검해, 단통법에서 정한 것 보다 1원이라도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거나, 지급하기로 약속한 사례를 모으기 위함이다.
이에 일부 대리점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거나, 또 약속했던 아이폰6 개통 계약을 자체 파기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나 통신사에서 별다른 지침이 없는데도, 이미 개통한 아이폰6를 다시 반납하라는 대리점의 독촉에 황당해하는 가입자도 나오는 형편이다.
문제는 방통위의 단속도 불법 보조금 중 일부인 ‘페이백’ 방식만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페이백 방식 보조금은 개통 후 일정 시점이 지나 대리점이 소비자에게 현금으로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통신사 전산 기록에는 합법적 보조금만 받고 개통된 것으로 나오지만, 이면 계약서가 존재하기에 방통위 단속반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금완납 처리한 불법 보조금 지급은 현실적으로 적발이 어렵다. 현금으로 단말기 가격을 다 지불하고 개통하는 형태로, 이 중 얼마가 소비자가 낸 돈이고, 또 얼마가 대리점주가 대납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점이 소비자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최대 보조금을 15%로 제한한 단통법을 ‘사문화’ 시켜버리는 방식이다. 소비자의 은행 계좌, 그리고 판매상의 계좌를 모두 뒤지지 않는 한은 적발이 불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주로 패이백 방식으로 추가 보조금이 전달됐지만, 이번 아이폰6 사태 이후 현금완납 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이 경우 소위 대란 수혜는 지금보다도 더 소수의 사람만 받을 수 밖에 없고, 정부 단속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것’을 막자며 만든 단통법이, 소비자간 차별을 오히려 더 극심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