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현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
〈편집자주〉 헤럴드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을 기원하며 다양한 콘텐츠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조망해 왔다. 이번에는 공군본부 사업 담당실무자로 최초 소요 제기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 산증인, 신보현 무기체계연구원장에게 그간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 진행 과정에 대해 들어본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성공해야만 하는 세 가지 이유 [신보현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②]
1990년대 중반, 대한민국 공군은 연간 400여 대 이상의 전투기가 운영·유지돼야 한다고 봤다. 전투기 수명을 최대 40년으로 봤을 때, 공군은 10년마다 100여 대 이상의 노후 전투기를 새로운 전투기로 교체해야 한다.
그 당시 주력 전투기였던 'F-5E/F 프리덤 파이터'와 'F-4E 팬텀'은 1970년대 국내에 들어왔고, 2010년 이후에는 작전 현장에서 퇴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은 이런 배경에서 추진됐다. 공군 '노후도태 전투기'들을 대체할 새로운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이다. 앞선 '노후도태 전투기' 대체라는 배경 외에도 사업을 완수해야 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신보현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 2화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추진돼야 하는 근거를 소개한다.
'전투기 개발능력 보유'는 오랜 염원
전투기 국산화는 공군을 포함한 항공 분야 종사자 모두의 '오랜 염원'이다. 대한민국은 전투기 개발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그간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기술력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자주포·전차·구축함·훈련기(기본/고등)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그런데도 전투기는 전량 해외구매에 의존하고 있었다.
대신 전투기 개발의 꿈은 늘 품어왔다. 한국군은 1970년대 이후 율곡사업(전력 정비사업·1974년부터 1995년까지 진행한 국군 현대화 군사 계획)의 일환으로 전투기를 구매할 때, 직구매 대비 30~70% 큰 비용을 지불하고 '기술도입 생산'·'국제 공동개발'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 덕분에 새로운 군용기를 도입할 때마다 전투기 관련 기술과 경험은 날로 축적됐다. 자신감도 함께 성장했다. 결국 공군 전투기의 국내개발을 추진하는 결실을 본 셈이다.
어느 나라든 간에 최신무기체계를 개발하려면 '필요성'과 '가능성', '의지'가 모두 동반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꾸준한 전투기 수요가 있는 나라란 점에서 '전투기의 필요성'을 갖췄다. '전투기 개발 의지'도 갖췄다. 여기에 오랜 기간 동안 기술력을 쌓으며 '기술 개발 가능성'도 축적했단 평가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 자체가 갖는 많은 장점
한국형 전투기 국내개발은 현대전에서 가장 핵심방위전력인 전투기를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생산․운용하게 해준다. 유사시 적에 대한 독자적인 대처능력과 항공전력 수급 능력도 가능케 한다. 국산 항공무장의 개발·장착·성능개량도 있게 한다. 해외기술에 의존하면 피할 수 없는 외화 지출도 방지할 수 있다. 장점이 상당하다.
이 뿐만 아니다. 대한민국이 이슈 현안의 '중심'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핵심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운용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민족이 앞서 겪어야만 했던 역사적인 아픔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주요 문제의 중심에서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방위전력의 핵심인 주력 전투기를 국내 개발·생산하여 운용할 역량이 필요하다.
첨단무기체계가 새롭게 개발되면, 이와 함께 첨단 과학기술도 발전한다. 제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무기체계가 개발된 것이 그 방증이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도 결국에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기술종속 탈피'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다음으로 "국가방위의 핵심전력은 타국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을 들 수 있다. 국가방위 핵심 기술이 제3국의 기술에 종속될 경우, 기술 문제가 군사·외교적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려 하는 저변에는 현대전의 핵심 무기체계 중 하나인 전투기의 설계·제작·운용 유지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지고서 군사·외교적 위기에서 탈피하자는 국민적 열망이 깔려 있다.
핵심 무기체계에 대한 국방기술 자립능력과 잠재력을 확보했을 때, 한국이 주변국들의 군사적 팽창주의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국민 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투기 같은 핵심무기체계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차이는 너무나 명백하다.
한국과 공군 전력 규모가 유사한 이스라엘은 이전에는 한국처럼 전투기를 해외에서 구매하고 운영해왔지만, 기술력 확보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한 결과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무기체계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국민들은 자주 국방력 건설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핵심전력 개발을 위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국민적 염원이 있었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선 자리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 계획을 발표하게 됐다고 본다. 간절한 국민적 염원이 대통령을 움직이게 했다.
신보현 무기체계연구원장 (예 공군소장, 항공공학박사)
〈한국형 전투기란?〉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방위사업청 한국형 전투기사업단 관리 아래, 한국항공(KAI)이 주도해 이뤄진 한국-인도네시아 국제 공동연구개발사업이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개발을 목적으로 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지난 2015년 12월 28일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9년 9월까지 상세설계를 마쳤고, 지난 9일에는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는 비행시험을 진행한다. 체계개발을 마친 후에는 2026년 12월부터 2032년 12월까지 총 6년간, 120대의 전투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물로 등장한 것이 'KF-21 보라매'다. 해당 기종은 시제 1호기가 출고되기 전까지 KF-X로 불렸지만 지난 9일 공군에 의해 새 이름을 갖게 됐다.
KF-21은 미국 공군이 1970년대 개발한 'High-Low Mix 전투기 운용개념' 범주에서는 미디움(Medium)급 전투기에 해당한다. 곧 퇴역할 미디움급 전투기 F-4/16를 대할 계획이다. 본래 사업이 결정됐던 2002년 당시, KF-21은 2010년대 수명이 다하는 F-4/5급 전투기를 대체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지연돼 보급이 늦어졌고, 2020년대 중반이후 도태예정인 F-4/16급 전투기를 대체하게 됐다.
▷ 신보현 원장 약력
-1951년 충남 예산 출생
-1973년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美 해대원 졸업 (항공공학 석사 & 엔지니어)
-美 퍼듀대학교 대학원 졸업 (항공공학 박사)
-공군 장교(전투조종사)로 복무 (비행편대장/교관, 대대장/전대장/단장)
-공군본부, 국방부/합참/국방대학교 근무
(전략기획처장/본부사령/F-X사업단장/기참부장/연구개발관/해외정보부장/부총장)
-2006년 10월 31일 공군소장으로 예편(37년 9개월 군생활)
-전역 후 2006년 10월 31일 ~ 2019년 2월 28일 건국대학교 연구교수/방위사업학과 초빙교수
2007년 3월 2일 ~2016년 2월 28일 건국대학교 무기체계 연구소장
2015년 3월 2일 ~ 현재 ㈜ 무기체계연구원 원장